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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을 빌려드립니다 - 복합문화공간
문하연 지음 / 알파미디어 / 2025년 4월
평점 :

소풍을 빌려드립니다 - 문하연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주인공인 연재는 서울에서 갑자기 인생의 여러 풍파로 인해 가깝지만 먼 춘하시로 이주하게 된다. 강가에 있는 펜션을 구입해서 뭘 딱히 할려던 계획도 없이 왔지만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게 된다. 언젠가 언니 연수가 같이 하자고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말이다.
춘하시에 오자마자 다수의 인연들을 만난다. 너무나 적극적으로 고용을 어필한 부매니저 사이다 <현이> 엉겁결에 전단지를 돌리다가 한 달 무료체험 된다고 말을 섞어버린 퀼트 사총사들. 기타 수업을 하는 <수찬>, 소풍 근처에서 공방을 하는 <강훈>, 현과 친해 보이는 요가 선생님 <제하> 등등 각각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처음 읽어가면서 낯선 사람에게 저렇게 강하게 어필하고 연락두절이 생기는 것 보면 양극성 정동장애 같은데 했는데, 현은 그러했다. 소희라는 여자 친구를 먼저 보내고 그 이유를 알지 못해 계속 자리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그것만이면 다행일까, 자신을 용서하지 못해서 (왜 너만의 잘못도 아닌데 이 녀석아!!) 자기에게 상흔을 만들고 있었다.
각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이 나와 닮은 꼴이라서 이 부분에서는 저 캐릭터가, 저부분에서는 저 캐릭터가 공감되었다. 특히 혜진에게서는 내가 특별히 잘못하지 않았는데, 상황이 내가 죽일 년이 되었을 경우 어떤 결정을 해야 하나 하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연재가 동준을 전남편과 동일시하여 끝없는 말을 쏟아내었을 때 짠하고도 안타까웠다. 연재가 혜진을 위로하는 대목에서도, 내가 당했을 때는 어이없었던 그 일도 진심으로 위로해 주고 말이다. 지현도 아마 혜진처럼 살아내야 했기 때문에 뻔뻔해졌던 것이지 않을까.
생각보다 많은 인물들 사이에 둘러쌓여 있는데도 연재는 굉장히 소심하다. 강훈에게 다가서는 만두도 강훈이 일회용 쟁반의 의미를 알아챌 만큼 선을 긋는다. 언제쯤 사람들에게 다양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을까가 궁금했는데 결국 연재도 한 뼘 더 성장한다.
작가의 에필로그에서 친구가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도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는 이야기를 써달라는 요청이 이 이야기의 씨앗이 되었다고 한다.
자기의 상처를 그대로 내보이는 사람, 내 상처는 꽁꽁 숨겨두고 절대 내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 책에서는 현과 연재가 이에 해당한다고 느꼈다. 내 아픔이나 처지는 차치하고 나보다 더 아픈 사람을 돌봐야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 때문에 <제하>가 너무 안쓰러웠다. 지켜주지 못한 사람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이 얼마나 자신의 삶을 침범하게 두는 걸까 싶어서.
결국 춘하시의 소풍에서처럼 각자 힘든 사람들도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소풍을 통해서 자신의 우울함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환기구로 쓰는 사람도 있고, 적극적으로 치료의 장으로 쓰는 사람도 있다. 인생은 역시나 계속 살아가야 하고, 스텝이 엉켜도 계속 추다보면 그 자체가 탱고가 되어가는 것처럼 영속의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