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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인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4월
평점 :

To – 인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최근 느끼는 감정이 혼자만의 서글픈 이별이라 이런 글을 읽고 싶었다. 아니 이런 글을 쓰고 싶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저자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다. 익명에 가까운 한 글자 <인>이다. TO 누군가에게 향한다는 것 빼고는 닿는 사람이 누구인가인지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밝히고 싶지 않았기에 빼버렸다고 한다. 일 년에 가까운 부치지 못한 그리움과 애증의 편지라고 보는 게 맞겠다. 나도 최근 농락당한 사람을 생각하면서 역시 이런 감정은 차인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생기는 감정이었구나 하면서 공감했다. 작가와 나와 다른 점은 (일단 연애를 했다 치고, 망상이든 아니든 일단 이 정도 진실되게 지어냈으면 이것도 재능이다) 출발선에 서보지조차 못했다는 것 일 게다.
그것도 한 사람에게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씩이나 그랬다는 게 더 문제랄까. 사람과의 상호 소통이 안되면 나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라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그냥 그 새끼가 병신이라 그런 거야 라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나에게는 도움이 된다. 첫 번째는 본인이 떠난다고 의사라도 밝혔지, 두 번째는 말도 없이 나라는 우주를 떠나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작가처럼 언제든 어디서든 돌아오기만 바라고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어디에 살고있는지 알고, 뭘하면서 사는지도 알고, 살아는 있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소식하나 없는 이유는 무응답도 응답으로 확실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겠지. 이미 다른 사람이 생긴 거라면 죽어버리라는 말에 환호성을 질렀다. 물론 나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이 생긴거든 아니든 상관없어 라는 더 독한 감정이 숨어있긴 하지만.
나는 사랑이었는데, 너는 사랑이 아니었던 건지라는 말에서는 내 마음과 너무 같아서 괴로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도 날 사랑한 것만 같은데, 너는 사랑까지는 아니었던 건지. 그렇다면 나는 누구와 사랑을 한 건지. 아니, 내가 한 게 사랑은 맞는 건지. 입을 맞추고 발을 맞대고 손을 맞잡았는데, 그래도 사랑이 아니었던 건지.
소리 내어 읽으면서 <네가> 아니라 다 <너>라고 쓰여있어서 조금 불편감을 느끼긴 했지만, 하나의 형상화와 너라는 이미지의 대상화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너가 라고 쓰여있지만 네가 라고 내가 읽으면 되지 무슨 상관인가.
나 역시 절대로 닿을 수 없는 편지를 적어보았다. 얼마만큼의 속이 후련해지는 듯하다. 언젠가 1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 내가 써온 글들에서도 보면 그 정도 시간이 필요하더라. 그래서 작가도 1년 정도의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닐까. 사람이 살아가려면 그 정도의 시간이면 많은 것이 흐릿해진다. 사랑마저도 그랬었나 싶어질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