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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세포막 안으로
김진성 지음 / 델피노 / 2025년 4월
평점 :

당신의 세포막 안으로 - 김진성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혼자 하는 여행에도 읽기 시작했던 <당신의 세포막 안으로>의 결말이 궁금해서 데려왔다. 그만큼 김서연의 진실은 승리할 것인가와 단단이는 미래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미리 읽을 다른 독자들을 위해서 얘기하는데 절대로 맨 마지막장을 실수로라도 먼저 읽지 마시라.
나는 뭘 보려고 했더라... 스스로 불러온 재앙처럼 내가 나에게 스포를 해버려서 곤란했다!
김서연은 이름과는 달리 수업에 열의 없는 학생들만 다니는 영실대학교의 박사과정 연구생이다. 그의 지도교수는 빅터 우. 서연의 연구실에서 하는 연구는 TPDD(Thought Pattern Disintegration Disorder)라는 사고 패턴 붕괴장애에 대한 치료약이다. TPDD는 사고능력, 언어능력이 붕괴돼 한 가지 생각과 한 가지 말 밖에 할 수 없게 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이를 의대도 약대도 없는 영실대학교에서 제약 회사도 아닌 무궁화학과 다른 병원에서 임상을 진행 중이다. 4명의 대상자와 임상 시험을 진행하던 중 갑자기 사고가 일어나게 된다. 사망사고. 직전 치료제의 효과가 나타나는 듯 보이다가 갑자기 먹구름이다.
책을 읽으면서 서연이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진심이 믿음을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충분히 느꼈다. 실제로는 책의 곳곳에 숨겨놓은 이스터 에그처럼 실제 세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기쁘면서도 씁쓸했던 게 사실이다. 생화학이나 제약관련해서 화공과에서 받는 천대. 그것조차도 내가 느끼는 것과 너무 같은 것. 심지어 나는 석사도 아닌데 영실대 같은 학생들이 아니라 샤대 출신의 사람들과 일하고 있다. 이 기분을 작가가 너무나도 잘 그려내서 반가웠던 것이다. 서연이 국내 제약회사 1위 기업인 <제멜제약>에 가고자 하는 이유도 남편 윤태구의 임상 피해자임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서연의 목적성과 당위성을 부여해주는 이유와는 별개로 잠깐 등장한 가습기 피해자 관련 대법원 파기 환송 이야기(8년 만에)가 현실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다. 설정상이기는 하지만 실제 현재 미국에서 오피오이드 계열 처방 남용으로 인한 약물 중독자가 엄청나게 생성되어 버린 것도 너무나 현실 고증인 것이다. 가난 때문에 임상지원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 그런데 그에 대한 진실도 밝혀지지 않고 나는 약쟁이가 되어버린다면 그건 어떤 보상을 받는다고 한들 치유가 되겠는가 말이다.
이 책의 마음에 드는 점은 주연을 비롯한 김서연의 캐릭터도 조연들의 캐릭터도 다 입체적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올곧은 인성을 가지고 있다가도 불리한 상황이 오면 입장을 바꾸기도 한다. 그게 나를 완전히 도와주는 사람이든, 적당히 도와주는 사람이든, 적이든 그 터닝 포인트를 알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랄까. 그리고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점도 그렇다. 내가 사진으로 만난 저 사람은 분명히 이들과 짜고 한통속인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면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진실>은 인물의 변화와 시간의 변화가 같이 어우러지면서 조금쯤은 진화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오해하도록 만드는 거대 자본들의 언론플레이와 과학이 진보되어 감에 따라 과학자들의 윤리의식이 걱정되었다. 하다못해 산학연구를 해오는 연구비도 결국 어떤 회사의 이익과 직결된 성과가 있어야만 계속될 수 있다. 미래가치의 호환성에 따라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는 돈을 투자하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신약을 만들 수도 있고, 그린 워싱처럼 홍보만 할 수 도 있다. 서연이 학부생들에게 강의 하면서 물어본 말이 기억에 남는다. 기업의 CSR은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약자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한다. 그런 차원에서의 연구라면 치료의 기대를 걸고 살아가는 환자들을 기만하는 것이 아닌가. 뻔뻔하게 제멜제약에서 치료제 개발처럼 <완성>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이 약을 연구하고 있다는 행위에 대한 홍보에 집중하려 한다니, 화가 났다. 현실에서도 얼마나 신약개발 언론 홍보를 많이 하는가.
“약의 기능 중에 가장 중요한 건 해당 약물이 세포막 안으로 효과적으로 침투하는 거예요. 그래야 약물의 효과가 발생하니까.”
서연은 DNA 치료제를 연구하는데, 리포솜을 이용한 방법으로 연구한다. 유전자 가위(크리스퍼)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세포막 안으로 효과적을 침투하는 것은 API면서 그 목적도 진실된 것이었음 좋겠다. 마지막으로 나만 박장대소 했을지 모르는 유머코드. 대학원생은 언제나 교수님의 행방을 알고 있다. 내가 농땡이를 피울 때도 언제 콜이 올지 모르는 그를 위해서 스케줄 관리는 기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