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게임
박소해 외 지음 / 북오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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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게임 - 박소해 , 김재희 , 한수옥 , 한새마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시소게임>은 서로다른 여성 작가 4인이 부부에 대한 주제로 만든 미스테리 앤솔로지(여러작가의 단편소설)이다. 미스테리라고는 하지만 단 한 작가도 부부의 세계를 따뜻하게 그려내지 않은 것을 보면, 조금 씁쓸하지만 독한 맛을 좋아하는 나의 경우 무척 마음에 들었다.

결국 표지의 시소게임처럼 각 단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남편과 아내의 역할에서 각자 속고 속인다. 표지의 시소는 거의 벤치에 가까운 완벽한 평형이다. 둘다 서로를 바라보고 있긴 하지만, 이런 완벽한 균형이란 건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둘의 표정은 공허하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말인데, 결혼을 결심하게 된 바로 그 이유로 살다 보면 헤어지고 싶다더라. 연애하는 당시는 그렇게 다른 면이 있으니, 보듬어 줘야겠다는 생각이, 저인간은 왜저럴까로 바뀌는 것이 부부의 세계일까. 나는 잘 모르겠다.

책 소개에도 나와있는 마지막 단편인 <시소게임> 한새마 작가의 작품이 제일 독했고, 제일 호쾌했다. 23살 때부터 외국인 아내를 데려와서(라고 쓰고 사와서라고 읽는다) 죽이고 보험금을 타내겠다는 확고한 신념과 목표를 가진 나(재수). 라이따이한이지만 어떻게든 한국에 나를 버린 아버지를 찾아서 복수 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진 <>이 결혼을 이루어낸다. 일이년 안에 잘해주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여버리고자 하는 재수는 치밀하다. 학교 원서라고 속이고 생명보험을 잔뜩 들어둔다. 안은 알면서도 무심한 척 남편의 요구를 들어준다. 보험사에서 본인확인 전화가 오면 받아주고, 자신임을 확인시켜 준다. 반년쯤 지나서 자기가 학교는 언제쯤 들어갈 수 있는지 넌지시 물어보는 여유로움까지. 서로 난 당신을 죽일건데 딱해서 어쩌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싶지만 둘은 이 완벽한 동거 생활을 해 나간다. 치밀하고도 자신의 설계가 들키지 않게끔. 다만 나 같은 소시민은 와이파이 비번 하나로 클라우드 해킹까지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은 좀 남았다. 안의 아버지는 찾아오라는 주소를 어쩌면 그렇게도 저질스럽고 능멸맞게 써넣었는지 기함한 대목이다. 자기 자식까지 가진 사람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사람의 희망을 짓밟고, 진심을 농락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악의를 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의 복수가 어떤식으로 발현되는지 읽는 재미가 쏠쏠했음은 물론이다. 도긴개긴이라는 말도 같이 남기겠다.

다음으로는, <부부, 그 아름다운 세계> 김재희 작가 편도 좋았다. 먼저 <적당한 이혼>을 위해서 설계했던 판이 커지자 갑자기 이이제이 하는 후반부가 코미디였달까. 나는 서로 죽일 연놈같이 느껴져도, 공공의 돈을 앗아가려는 공공의적 앞에서는 똘똘뭉치는 그것이 바로 부부일까. 서로 적당한 설계에 의심을 불어 넣어주는 내부인 한 두명이면 의심의 싹은 비료 없이도 무궁무진하게 자란다. 내가 가진 것은 뺏기기 싫고, 상대방이 알아서 알거지로 나가줬으면 하는 현실적인 부부들의 이혼욕망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역시 흥신소는 믿을 곳이 못되는 것 같다. 약점을 알게 된 사람은 역시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니까. 내가 얻어내고 싶은 정보가 있는 사람들은 정보 의뢰에도 신중을 기합시다.

다 읽고 나서 나를 죽이거나 배신하거나, 이혼 하지 않으려는 노말한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원초적인 의문이 생겼다. ! 나 짝도 없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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