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어 가세요, 런던의 심리상담실 - 불안한 영혼들을 위한 Dr. Yin의 감정 수업
인이이 지음, 장려진 옮김 / 이든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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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어 가세요, 런던의 심리상담실 - 인이이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런던의 남부러울 것 없는 사람들은 어떤 일로 상담을 받을까.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도 다 그들 나름의 고민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그 결이 일반 사람들 보다 조금 더 멀쩡해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달까.

나도 확실히 남들보다는 불안감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그 불안의 이면에는 사람이 갑자기 떠날까봐에 대한 트라우마가 제일 크다. 그래서 내 멋대로 하는 것 같지만 남들의 기분을 잘 살피는 것 같다. 최근 알게 된 친구는 자신이 느낄 때도 남들의 기분을 너무나 잘 알아채는 타입이라고 말해왔다. 나 역시도 불안감이 높은 타입인데 이거 괜찮은 만남이려나 했다. 나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상황도 타인의 재스처나 말투 때문에 화내는 경우가 생기게 되더라. 그러니 이제는 내가 친구의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 나도 즐거우려고 만나는데 회사에서 눈치보는 것도 힘든데, 여가생활에서 마저도 더 없이 살펴야 하나 피로감이 쌓이고 있는 중이다. 예민함의 감도가 높은 사람들끼리 만나면 그 중에서도 더 예민한 사람의 게이지에 맞춰지게 되더라. 그렇지만 친구와의 관계를 위해서 행복한 척 하고 있다. 이건 누굴 위한 하얀 거짓말일까 생각해보고 있는 요즘이다. 그냥 <가면>을 쓰고 있는게 <관계>유지에 더 유리하기 때문일까.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은 그 사람이 떠나가지 않는 것이므로 힘든 관계가 되더라고 붙잡고 있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결과적으로는 관계의 종료가 나는 두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런던의 심리 상담실의 인 박사가 실제로 심리상담을 하면서 만난 내담자와의 사례를 인용, 변형한 책이다.

제일 재미있었던 부분은 불안강박이 심한 내담자가 와서 자기가 여기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게 시간을 냈는지 아냐면서 상담 회차를 줄이려고 한 것이었다. 처음 왔는데 자신의 문제를 내놓기 보다는 난 별로 잘못한 게 없으니 결론을 빨리 내자고 한 것이었다. 상담실에 찾아오는 큰 발걸음을 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최근 친구들과 오만가지 주제로 이야기하다가도 귀결되는 <노화><나이>에 대한 깨달음도 좋았다. 나이 듦이 두려워 질 때 우리가 정말 회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는 것이었다. 나도 오늘만 해도 흰머리가 많이 자라나서 머리 염색을 다음 주에 해야할까. 5월에 해도 될까 고민했다. 그저 남들이 흰머리가 좀 있네 하는 지나가는 이야기를 들을 뿐인데도 이 것에 대해서 유난하다. 흰머리 나부랭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재시작의 기회 같은 박탈감과 동급인가? 실제로 나이가 늘어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쇠약해지는 몸이나, 반려자나 동반자가 없는 삶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이렇게도 주름이나 흰머리에 집착하게 되는 것은 젊고 생기있어 보이는 예전의 나에 대한 강박이 아닐까 한다. 받아들여야지 하면서도 놓지 못하게 되는 바로 그런 것.

소소한 것에 대해서는 여유를 좀 가지고, 더 중요한 가치에 대해서는 더 심도있게 생각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생각보다 인생의 큰 파도를 겪었을 때 회피하는 것이 마냥 잘못은 아니라는 조언이 도움되었다. 늘 정면으로 부딪혀서 깨지는 사람이 100퍼센트 존재하지는 않는다. 잠깐의 완충작용이 될 지라도 내 무력함을 받아들이는 시간을 너무 부끄럽게 생각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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