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 확장자들

클리셰: 확장자들
김아직 외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클리셰: 확장자들 - 정명섭 , 김아직 , 박하익 , 송시우 , 최혁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클리셰 : 예측 가능하고 판에 박힌 것

확장자들 : 틀을 넘어 제멋대로 갖고 노는 자들

클리셰를 넘어선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다섯 명의 작가들이 스릴러와 추리를 기반으로 상상력을 펼쳐냈다. 소개에는 클리셰 범벅이라고 취급주의 스티커처럼 크게 알림이 있었지만, 클리셰인걸 알아도, 범인이 짐작되어도 그래도 작가가 놓은 길을 따라 씹고 뜯고 맛보는게 추리소설 아닐까 한다.

김아직 작가의 <길로 길로 가다가>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생각났다. 얼었다가 녹은 스크류바와 슈퍼주인과 실갱이 하며 등장하는 오느릅은 고등학생이며 탐정이다. 할머니 칠순 잔치 때문에 시골에 내려와있는데, 계속적으로 마을에 나타나는 살인사건을 목격 및 추리하게 된다. 경찰인 한순경과 어쩌다보니 팀이 되어 <길로 길로 가다가>라는 노랫말 연쇄살인의 범인을 같이 잡는다. 계속해서 등장하는 동요가 인디언 소년의 잔존 명수가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다. 한 마을에서 정삼만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죽어나가는 일과 각자의 알리바이를 대는 내용이 정통 추리소설의 틀을 따왔다.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신나게 그리고, 내 친구라면 이 친구년을 냅둘 수 있었을까 싶었던 송시우 작가의 <타미를 찾아서>다. 신나는 집에서의 금요일 저녁 먹방을 찍을려는 찰나 들이닥친 친구 방유경이다. 직장인에게 금요일 저녁이 얼마나 해방감을 주는 날짜인데, 갑자기 난장판을 만들다니! 이 친구는 자신과 남친 사이의 이별을 하소연하고자 주인공인 임기숙의 집에 찾아온다. 그런데 다음날이 되어서 가족보다 소중한 반려견 타미도 데려가고(납치인가) 몰래 내 지갑에서 신용카드도 뽑아갔다는 사실. 설상가상으로 방유경의 남자친구가 괴한의 습격을 받아서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경찰이 알려준다. 바람피운 남친을 잡아 족치고 싶다고 울고불고 말했던 유경과 가장 최근까지 있었던 사람은 자신이다. 이제 내 카드도, 타미도, 덩달아서 유경도 찾아야 하는 기숙의 다급한 마음처럼 내 마음도 두근거렸다. 중간중간 실감나게 날아오는 힌트이자 열받는 포인트인 카드문자는 실제로 당하면 웃음보다는 절도죄로 넘기고 싶을 것 같은데, 마지막까지 유경은 유경다웠다는 것이 기가찼다. 그놈의 정이 뭐라고 친구니까 이 정도는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역시 기숙은 대인배.

읽으면서 가장 단서들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 단편은 박하익 작가의 〈You're the detective〉 이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범죄혐의자의 글을 읽고 사건을 추리해야하는 신입기자 윤소영이 등장한다. 책을 읽으며 어...군면제 학력관련해서는 중졸인 줄 알았는데 생각하며 검색까지 단행했다. 찾아보니(소설인데 나는 왜이리 과몰입하는가) 실제로는 2021년부터 군대 학력 제한이 완전히 폐지되었다고 한다. 난 이 부분에서 힌트인가 싶었는데, 또 그에 대한 대비가 다 되어있었다. 그렇지만 워낙에 최문주가 써놓은 글들이 자신의 갑옷이라 여러번 읽을만한 단편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는 최혁곤 〈진동분교 타임캡슐 개봉사건〉은 요다 여사와 최코치의 이번 타임캡슐 개봉사건 이후의 차기작이 기대되었다. 이 땅에서 해결해야 할 요다 여사의 사명이란 무엇일까 작가의 떡밥이 얼른 회수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어린 누군가에게 수치심을 주면, 그걸 절치부심해서 복수하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어릴 때의 트라우마는 한 인간을 흑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