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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세이버 ㅣ 달달북다 10
이유리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평점 :

하트 세이버 - 이유리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달달북다> 시리즈의 열번째 책이 나왔다. 이 모든 것을 읽고 소감을 남길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할까. 최근 내가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이 바로 <연애>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그 출발선상에 조차 놓이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하고 심도있게 고민중이다. 안나카레리나의 첫 문장처럼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행복한 연애와 불행한 연애의 차이점이 아마 동질감이 아닐까 생각해 왔던 터였다. 물론 나도 작가의 말처럼 나와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기보다는 다르기 때문에 끌리는 사람이다. 그래도 어째서인지 연애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면 행복한 연애의 필요충분요건은 비슷한가 아닌가에 대한 결론에 희한하게 도달하더라. 다르면 끌리지만, 같으면 안온함을 느끼기 때문이지 않을까.
주인공인 혜인과 재민은 피 한 방울로 나와 꼭 맞는 사람을 매칭 해준다는 사이트 <하트 세이버>를 통해서 만났다. 언뜻 지금은 희대의 사기극으로 지금은 구속된 구속된 스탠퍼드 대학을 중퇴한 뒤 2003년 바이오기업 <테라노스>를 창업한 <엘리자베스 홈즈>가 떠올랐다. 피 한 방울로 암을 포함한 수 백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에디슨>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것과 운명의 짝을 만나게 해준다는 이야기 중 어떤 게 더 신빙성이 있을까. 테라노스가 더 덜 약팔이 같다면 내가 이상한 걸까?
아무튼 둘은 하트세이버에서 심혈을 다해 6개월 만에 매칭시켜 준 (달랑 서로의 전화번호 교환이 다였지만) 단 한 번의 만남으로 호감 그 이상을 느끼게 된다. 나와 같은걸 좋아하고, 같은걸 느끼고, 같은 가치관을 가졌다는 것을 그렇게 빨리 알 수 있다면 나는 좋아하기 보다는 조금 무서워질 것 같은데, 그 둘은 그렇지 않더라. 너무나도 운명의 짝을 만나려고 달떴기 때문일까. 아니면 둘 다 비슷한 결혼적령기였기 때문일까. 이 사람과 만나면 확실히 싸울일은 없겠다는 무사태평한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에서 돈 문제 빼고, 싸울일이 적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테니까.
그런데 그 운명의 짝이란게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다면? 그로 인해서 지금까지 상대방과 나를 수없이 가늠했던 선이 무너진다면 어떤 느낌일까. 마지막에 장르가 로맨스에서 스릴러로 급선회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자신이 선택한 일이라고 생각하는게 실은 짜여진 판이었다고 깨달으면 누구나 당혹스럽지 않을까. 그 문제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배우자를 만나려는 길고 긴 연애의 시작이었다면 더더구나 그럴테다.
짧지만 여운이 있는 소설이었다.
나만해도 열심히 한땀한땀 삽질하며 나에게 맞는 상대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 하트세이버의 도움을 받는 노력이나 지름길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해야 그나마 감정낭비를 하든 안하든 연애의 마지막이 되었을 때도 후련하지 않겠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