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 PATHOS 삶과 태도에 관하여 조우성 변호사 에세이
조우성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PATHOS 삶과 태도에 관하여 - 조우성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28년간 여러 사람과 사건을 만난 변호사인 조우성 작가의 에세이다. 늘 삶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는데 여기 실린 이야기들이 모두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부제인 파토스(PATHOS)는 그리스어로 청중의 감정에 호소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아마 인생사의 희노애락이 이와 같으니 여기에서 인생과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를 배우라는 의미로 들린다.

개인적으로 유명했던 변호사 드라마는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이 책에 실린 어떤 내용이 등장했더라도 장애를 가진 변호사가 약자의 편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라면 사람들의 공감을 충분히 샀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소송을 겪는 사람들은 소송을 당했든 제기했든 대개 다음과 같은 감정 변화의 단계를 거친다. 먼저 1단계는 당혹감이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도대체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를 쓴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이런 상황을 초래한 상대에 대해 분노의 감정을 느끼는 2단계로 넘어간다. 그리고 화가 누그러지면 비난의 화살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며 자책한다. 이것이 3단계다. ‘누구를 탓하겠어. 사람을 잘못 본 것도 계약서를 꼼꼼히 살피지 못한 것도 모두 내 탓이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를 넘어서 4단계에 들어서면 상황을 직면하고 성찰하려 한다. ‘좋아,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된 거 최대한 잘 처리하도록 하자. 냉정을 잃지 말고 아울러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자. 분명 이 경험도 내게 득이 되겠지하는 심정으로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 보는 것이다.

_ 스스로를 삼킨 분노중에서

 

이 이야기에서는 나는 송사에 가까운 지난한 일들을 겪으면서 어느 단계까지 나를 갈고 닦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보통 강력한 감정인 분노가 휩쓸고 가고나면 굉장히 오랜시간 자책했던 것 같다. 아마 내 30대의 많은 황금 같은 시간을 자책하며 보냈다. 이제 시간이 지나고 생각하면 그만큼 좌절할 일도 아니었는데, 그 경험을 통해서 사람의 어떤 면을 더 중점적으로 봐야하는지 알게 된 것이 나에게 득이 된 부분이랄까. 내가 참지 못하는 부분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내 인생에 도움이 된다. 내 발작버튼이 눌리지 않게끔 나 자신을 보호하는 것도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최근 <보이스 피싱>을 넘어서 <로맨스 스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책에서 등장하는 이야기 중에 <외면해야 하는 사실>파트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지금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아니 전세계에서 사람의 애정을 볼모로 사람들을 꾀어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자신을 등쳐먹은 그 작자를 고소했지만 자비로 변호사를 사서 변호를 해주는 사람의 심정을 알 수 있겠는가.

 

<"절대 고의로 그러지는 않았을 겁니다. 전 눈빛을 보면 알아요. 진심으로 날 아꼈던 친구입니다. 그 친구가 나쁘게 되질 원치 않아요."

때로는 배신당한 신뢰조차도 그것이 진실했던 순간들을 지울 순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아들보다도 더 믿었던 사람이 내 돈을 보고 접근한 것을 알았을 때, 그걸 인정하는 편이 더 마음이 편할까 아닐까. 어차피 잃어버린 것은 돈인데, 사람까지 잃고 싶지는 않은 걸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건사고 프로그램에 보면 실제로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과 결혼을 꿈꾸거나 그 사람이 매번 돈을 뜯어가는 데도 달콤한 말만을 전부 믿고 끌려다니는 사람들이 꽤 나온다. 너무 멀리 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는 것인지, 사람을 믿는 마음이 남들보다 곱절은 큰 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최근에는 사람사이의 인연을 한 번 맺으면 생각보다 길게 따라 붙는 다는 점을 느끼고 있다. 연결되지 않을 방법이야 많지만, 그만큼 또 고전적인 방법으로 다가올 방법도 많다. 실제 접근금지를 신청한다고 해도 찾아오는 이를 막을 방법은 위해를 당하기 전까지 없기도 하고. 사람의 마음과 사랑을 볼모로 쥐고 흔드는 것이 얼마나 악질적이며 피해자에게 추억도 더럽히고 상실감을 주게하는지 그들이 알았으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는 많은 사연이 화해와 용서로 끝난다. 결국 인생을 살아가는데 이렇게 많은 슬픔이 존재한다고 해도 본인의 안온함을 찾으려면 더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