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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날 모든 장소
채민기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3월
평점 :

모든 날 모든 장소 – 채민기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건축기자인 저자가 1년 동안 미국 워싱턴에서 살면서 다닌 장소에 대한 생활기를 담았다. 가깝게는 집으로 거주하는 아파트, 딸인 에스더가 다닌 학교, 놀이터, 슈퍼마켓, 주유소 들도 포함이다. 의외로 장소에 대한 임팩트가 있던 곳은 <도서관>과 <자연> 이었다. 일단 도서관은 내 네비게이션에 항시 찍혀있는 장소다. 주로 사용하는 도서관도 3군데 정도 되어서 그때 그때 다른 곳으로 간다. 미국이라는 곳을 가본 적이 없어서 어떤 곳일지는 책에 등록된 사진과 글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마틴 루서 킹 주니어 기념 도서관의 어린이 열람실에 설치되어 있어서 어른도 타고 내려올 수 있는 높이의 미끄럼틀도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자주 들르는 어린이 도서관 사서석에 곰돌이 인형이 앉아있다는 점도 말이다. 국내였으면 진드기 이슈로 난리날 법한 빈백에 앉거나 누워서 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도 그랬다. 그리고 펜데믹 시절에도 의료보험관련 관공서(사회보장국)가 아니라 시민과 친화적인 공간이 그 공적 업무(오미크론 관련 마스크와 키트 배부)를 대행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쳐들어올만한 사람들 때문에 관공서는 무장하는 경비원이 있었을 정도라니까 미국에서의 관과 시민의 거리는 얼마나 먼 것인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의료민영화에 대한 커버를 생각하면 나 같아도 무장할 권리를 주창할 것 같긴 했다.
집의 경우에는 나도 단지를 둘러싼 펜스가 있고, 신호등 하나만 건너면 초등학교가 있는 신도시의 아파트에 살고 있다. 나에게 있어 초등학교는 집값에 플러스 영향을 주는 요소일 뿐이다. 그런 요새화 되어가는 아파트와 다르게 미국의 아파트는 호텔 같았다. 동이 2개 뿐이더라도 지번도 따로 쓴다고 한다. 각각의 지번으로 정체성을 나타내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가 특이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집 문이 보통 철문을 기본으로 생각하는데, 미국에서의 집들은 심지어 밖에서 부술 수 있는 나무문이라는 것이다.
자연의 경우에는, 특별히 옐로 스톤에 가보고 싶다고 살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희안하게 옐로 스톤에 있는 오두막(이지만 매우 큰- 올드 페이스풀 여관)사진과 이야기를 듣고 옐로 스톤에 가보고 싶어졌다. 이동통신이 잘 접속되지 않고, 사람들이 많이 몰릴 때는 더 안되고, 그만큼 불편함을 감수해야 만날 수 있는 자연이라는 점이 멋지게 다가왔다. 에스더의 친구와 친구아빠가 만나기 위해서 국립공원 내에서도 편도 3시간을 달려서 왔다는 것에 미국인들의 거리관념은 우리네와 다르구나 하고 웃기도 했다.
후반부에서는 남북전쟁(시빌워)관련해서 남부연합기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만큼 빈번하게 걸려있는 <초승달과 야자수>깃발에 대한 유래는 처음 알게 되었다. 초승달 모양은 실제로 달이 아니며 18세기 독립전쟁 때 지역 민병대가 착용했단 군복의 목가리개를 상징한다고 한다. 야자수는 영국군의 포격을 막아주었던 팔메토 나무라고. 이 깃발은 <미국 국기를 최초로 대체한 분리 독립주의의 기치>라고 한다. 정말이지 미국은 이념적으로 다양하고, 인종적으로도 그렇다는 생각뿐이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만, 서로 간섭하지 않는 걸까.
건축 뿐만 아니라 미국 살이에 대한 소회와 지식까지 두루 느껴지는 책이었다. 생각보다 진지한 이야기들이 많지만, 기러기아빠가 아니라 외지에서 케어하는 단독아빠의 이야기라 신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