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나와 우는 우는 - 장애와 사랑, 실패와 후회에 관한 끝말잇기
하은빈 지음 / 동녘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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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나와 우는 우는 - 하은빈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장애와 사랑, 실패와 후회에 관한 끝말잇기>라는 부제를 가진 책이다. 친절하게 표지에 관한 설명도 되어있다. 작가이자 등장인물인 하은빈(이하 빈)은 남자친구와 4년 반을 연애했고 헤어졌다. 학교에서 연극을 하다가 만났고, 헤어진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빈은 우를 떠났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는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장애인이다. 생후 22개월부터 징조를 띄었지만 아직도 정확히 어떤 범주에 속하는 근육병인지도 알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점차적으로 근육의 힘이 소실되고 있어 빈과 연애할 당시에도 전동휠체어(이하 동이)를 탔다.

10년전의 장애인 이동권이 어땠는지 알 수 있는 구절들도 많았다. 많은 식당에는 경사로가 없어서 같이 활동하던 장애인 인권운동가인 찬이가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경사로가 설치 되었다고 한다. 같은 가족생활동에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냈던 찬. 그가 입원했을때도 병문안 조차 가기 힘들었던 내용도 슬펐다. 아마 누구보다 제일 먼저 가보고 싶었지만, 둘 다 미래라고 여겨지는 저 구석에 미뤄놓은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찬이 세상을 떠나고 많은 친구들이 왔던 장례식조차 베리어프리가 아니면 힘든 곳이라는 이야기는 이 세상에 비장애인만을 위한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구나 했다. 물론 이 이야기는 곳곳에 연애와 헤어짐과 달달함과 쓸쓸함이 내재되어 있다. 나중에 에필로그에서 밝힌 우가 이 글을 쓰는 것에 대해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는 말에서 빈과 우의 사랑이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마 내 옛애인이 나와의 연애에 대해 책을 쓴다고 하면 나는 그렇게 쿨하게 너 하고싶은 대로 하라고 말해줄 수 있었을까. 아득바득 쓰지 말라고 했을텐데. 둘의 사랑과 믿음이 얼마나 견고했는지 와닿는 부분이었다. 헤어졌지만 그래도 둘은 존중하는 상태. 그래서 그럴까 책에서 우의 감정을 엿볼 수는 없지만(빈의 관점에서 씌여졌으므로) 둘은 평범한 연인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커다란 전동휠체어인 동이가 함께 했지만. 우의 휘어진 발에 맞는 운동화를 커플로 사고 동이 위에서 계속 새것이었던 그 운동화가 생각났다. 빈이 헤어진 후에 이삿짐을 우체국 박스 13개로 달랑 승용차에 옮겨 실었다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요의가 있어도 같이 살던 우의 가족이 깰까봐 화장실을 가지 못하고, 갈증을 참았던 그 때도 빈이 집을 얻고 나서야 숨을 쉬었을 것 같다. 나는 애인이자, 돌봄인이자, 남의 집에서 기거하는 객식구이자 본인의 정체성을 계속 고민했을 것 같았다. 결국 부모님이 우와 같이 샀지만 나 혼자 낡아버린 운동화를 버리게 두었다는 부분에서 마음이 끓어올랐다. 아마도 빈의 마음도 그 운동화처럼 낡고, 바래고, 삭고, 사람들에게 깍여나갔음을 의미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우의 마음도 연인의 춤을 보기 위해서 그렇게 일찍 출발했지만, 귀여운 인형을 안고 갔지만, 바라보는 마음은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그러면서 균열이 생긴 부분도, 빈을 보내줘야 더 넓은 세상으로 가리라는 것도 알았겠지.

장애인의 인권과 삶과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을 잘 녹여낸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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