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종말
신주희 지음 / 북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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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종말 - 신주희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표지는 어두운 느낌에 후드인지 긴 머리인지 가늠할 수 없는 복장을 한 소녀가 물가에 서 있다. 책에서 나오는 침례식을 하는 호수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책을 다 읽으면서 무조건 이 책은 내가 구원을 위해 반짝거리는 배경에 놓고 찍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에서 처음 등장하는 종말 19921028일 심판의 날의 무드를 기억하고 있다. 실제 그 시기를 살아냈던 사람이 읽으면 꽤나 잘 재현한 느낌이라고 느낄 만큼이나. 나도 물론 그 때는 어렸는데, 휴거가 온다고 온 나라가 떠들썩했고, 사람들은 정말로 산에 올라가서 심판의 날을 기다렸다. 꽤나 진지하게. 종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어리석고 불쌍하게 느껴질만큼 정말 엄청난 플랜카드와 유인물이 거리를 뒤덮었다. 에이즈의 발생이 신의 분노라는 비약을 담은 찌라시도 기억이 난다. 그렇게 어린 나이였어도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하나와 구영진이 고등학생이니까. 그 나이보다 어렸음) 실제로 종말이 일어날 리가 있나? 하고 의문을 가졌었다. 그런데 뭐 세상에서는 그렇게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취재를 하고 다녔으니까 그랬구나 했을 정도.

주인공은 주하나와 구영진이다. 영진은 엄마가 내연남인 미국인한테 살해당했다. 주하나는 아빠가 그가 믿는 교회를 배신한 것이 되어버려서 교회안의 또 다른 이단자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그들은 학교에서 기도와 회개밖에 하지 않는 성화고에서 만나게 된다. 여기에 구영진의 이모인 윤의 이야기도 나온다. 전교적 왕따인 둘이 마니또라는 직접적 투표를 통해서 어울리게 되고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되면서 교지에 종말에 관련된 익명의 유서를 써보자는 주 줄거리가 등장한다. 여기에서 여호수아와 백보훈도 등장한다. 아쉽게 된 백보훈의 이야기를 하자만 그는 그녀에게(누구인지는 비밀) 그 당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달콤함과 진실을 주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 언제부턴가 누구의 마음속이 먼저 변해버린걸까. 결국 자신을 자신이라 밝히지 못한 죄로 사고를 맞이하게 된다.

영진 역시 자신 앞에서 달라진 하나를 생각하며 자기주도식 종말을 택해버린다. 그것이 두 사람에게 얼마나 오랜 간극과 죄를 심어줄지 알지 못한채. 유품으로 받은 수많은 익명의 유서들을 실으면서 그는 그를 찾는다. (책에서는 그녀와 그를 다 그로 통일해서 쓰고있다. 나도 차용해보았다) 서로의 구원일 줄 알았던 과거를 아는 사람들끼리의 재회가 구원이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각자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체온이 있는 밤이 그들의 생각을 정리하게 해 준것도. 나도 누구 말마따나 약값과 병원비를 버느라 기신기신 어른의 책무를 다하고 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자칫 책을 읽으면서 나도 부고란에 기사를 실을 만큼 보고 싶은 사람이 떠올라서 마음이 들썩였지만 이내 주저 앉았다. 결국 만나고자 하는 것은 내 이기심이 아닐까. 결국 찾은 사람이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상대방이 지금까지 얼마나 고통과 회한에 시달렸는지 알게 되었으니까. 결말은 그의 유서를 대신 실어주며 종말은 끝났다는 것으로 마무리하지만 내 인생은 어떨지 모른다. 책에서 얻은 교훈중의 하나는 한 번의 말 실수가 그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내가 오늘의 갈망을 채운다고 해서 그 다음에도 생명수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종교(사이비 혹은 이단)에 관한 딥한 이야기가 이어지므로 이런 부분에 알레르기가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인간의 슬픔과 단죄 그리고 연속성에 관해 사유해볼만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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