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가의 상자

스즈키 가의 상자 - 스튜디오 지브리 프로듀서 가족의 만화 영화 같은 일상
스즈키 마미코 지음, 전경아 옮김 / 니들북 / 2025년 2월

스즈키 가의 상자 - 스즈키 마미코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지브리가의 사장(이자 프로듀서였던)님의 딸이 낸 책이다. 물론 작가인 스즈키 마미코가 자기처럼 특별히 보잘 것 없는 사람의 책을 읽어주어 감사하다고 했지만, 이사람이 지브리와 무슨 상관이 있길래 미야자키 하야오와 내가 리사이틀을 한번이라도 가고싶다고 여긴 히사이시조와 음약활동을 하는거지? 하고 검색엔진을 검색해봤다가 크게 현타가 왔다. 지극히 겸손하게 낮춘거였구나 하고... 책은 아버지와 지브리, 그리고 같이 하게 된 최근의 협업. 자신에게 또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곡이 되어준 <컨츄리 로드>의 작사작업, 유방 축소수술 경험, 스즈키가의 특이한 내력(?), 마지막으로는 엄마가 되어 자식이 커가는 과정을 그린 다양한 파트로 작성된 글이다.

검색을 하기 전에는 인간이자 여자로서 유방축소술을 하게되고 실제로 그 후일담까지 솔직하게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가 가장 와닿는다. 지브리와의 일화에서는 자신에게 아버지는 늘 일에 치어있고 새벽 2시에 들어오느라 가족과의 시간을 갖지 못했던 사람이라는 이야기였다. 태풍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영향력을 뽐내지만 그 가운데 있는 그의 가족들은 실제로 그 위세를 느끼지 못하는 태풍의 눈 같았다고나 할까. 아무래도 그의 고군분투는 개인적인 성공도 있었겠지만 가족들을 위한 것도 분명히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늘 북적대는 그리고 내 친구도 친구의 친구를 불러 내방에서 처음뵙겠다는 인사를 나눴다는 가풍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졌다. 늘 폐를 끼치지 않는 다는 마인드로 살아간다는 일본사람에게는 더더욱 흔치 않은 일일거라 생각했다.

본인이 엉겁결에 작사가가 되었던 <컨츄리 로드>는 우연찮게 지인과 지난주에 이야기 하면서 흥얼거렸었는데, 다시금 애니 <귀를 기울이면>의 주제곡인 <컨트리 로드>를 들었다. 우연치고는 너무 명곡이니 언제나 흥얼거려도 즐겁다.

검색엔진에서는 저자가 미용실 경력 뿐인데 너무 많은걸 누리고 있다고 험담하는 것 같다. 이 책을 낸 것 까지도. 그렇지만 그녀는 <스즈키가의 상자>의 힘을 믿기 때문에 자기 주변으로 몰려드는 사람 덕분에 이런 이야기들은 잘 쳐낼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엄마 친구에게도 그렇게 세심하게 다가갔다가 (까인 줄 알았지만) 지금은 같은 단지에 살 정도로 절친이 되어버렸으니.

나고야의 할멈 이야기에서는 떠나가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 재미있게 그려졌다. 유쾌하게 내지르는 친할머니를 그리며 말은 그렇게 해도 불단에 소중히 간직한 사진들을 볼 때면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어떻게 이미지화 하는게 좋은지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남들이 나를 욕쟁이로 생각한대도, 내 마음속에 내가 아끼는 사람들을 채워넣으면 되지 않을까.

늘 지브리에 대한 이야기 때문에 토토로 같은 별명으로 불려서 의도적으로 멀리했다지만, 그래도 아버님 같은 스즈키 도시오의 작품 덕분에 나같은 소시민은 인생애니와 음악을 만나서 힘을 얻고 살고 있다. 아직도 퍼져나가고 있는 스즈키가의 상자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