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테일 환상 도서관
홍시영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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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테일 환상 도서관 - 홍시영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사람의 인생을 한 권의 책으로 비유하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 인생책을 탐낸 사람들이 자기의 이야기는 갖지 못하고 남들의 인생()을 관리하는 도서관 사서가 되었다는 설정 자체가 독특했다. 이 인생책들이 있는 도서관이 바로 <매니테일>이다. 여기에 수습관리자로 배정된 주인공 아이샤가 등장한다. 아이샤, 테오도르, 코델리아의 성장기다. 책들을 관리하는 관리자는 <베르>라고 한다. 인간 세계의 여행을 위해서는 베르들이 지급받은 책갈피를 여권처럼 제출한다. 3급 관리자부터 1급까지 은색, 금색, 보라색 책갈피를 지닌다. 귀엽게 주세요 했더니 손을 내미는 아이샤. 매니테일에서의 생활이 하나부터 열까지 순탄한 것이 없다.

매니테일은 책이 생겨나고 책이 종결되는 곳이다. 탄생실에서는 도서가 태어나고 각자의 책이 시작된다. 그 문장은 누구에게나 같은 이것이다. <이 도서는 필연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써지는 잉크가 끝맺음실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던 책이 오랜 시간이 지나면 가루가 된다고 한다. 그 가루에 베르의 비법을 섞어주면 새로운 잉크가 탄생한다고. 아마 사람들의 죽음과 탄생이 이어져 있음을 책으로도 나타내는 설정이라고 여겨졌다. 사람들은 맨인블랙처럼 자신의 책이 찢어지거나 하면 베르의 부름으로 매니테일에 오기도 한다. 당연히 기억을 잊게 만들기 때문에 자신이 매니테일에 들렀다는 사실은 기억할 수 없다. 힘을 주거나 잘 이겨낼 수 있게끔 단어쿠키를 먹는 처방을 받기도 한다. 나도 <> 혹은 <반드시>라는 단어쿠키을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반드시 행복해진다는 말로 끝나는 인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책은 도서관에서 가지런히 잘 보관되는 것 같지만, 인간들의 이야기속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찢어지거나 생이 마감되기도 한다. 겉보기에는 좋은 사람처럼 보였던 이도 세부를 들여다보면 남에게 해를 가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인생 요약본으로나 최근의 당신만을 알아서는 안된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았으며 그걸 신경쓰지 않았던 당신도 자신이다. 그 결과가 수년 수십년 후에 나타난다 해도 업보랄까.

책을 읽으며 아이샤보다는 코델리아처럼 사실에 입각해서 삶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도 좀 더 유연해져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한다. 지금 이 일이 발생한 것 보다 저 사람에게는 어떤 것이 더 필요한지, 부족했었는지 헤아리는 마음 말이다. 물론 소설에서 아이샤는 주인공답게 사고를 많이 친다. 난독증도 가지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른 관리자들과 다른 시선으로 일을 행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휴가는 세상의 많은 이야기들 속으로 다녀오고, 책의 질병이라고 불리우는 책벌레 <먼지다듬이>의 설정도 재미있었다. 나의 인생책이 매니테일에 보관되어 있다면 제일 궁금한 것은 두꺼운 책일지다. 누구는 얇고 누구는 두껍다는데 나는 오래오래 살 수 있을까. 최근 심하게 찢어졌을 텐데, 그건 얼마 안가서 다 회복되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내 책인데 내가 궁금해하는 게 좀 이상한가 싶기도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우리의 주인공들도 성장한다. 그렇지만 각자의 이야기는 자신만이 써내려갈 수 있는 것이라는 주제가 생각보다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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