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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대하여 ㅣ 달달북다 8
백온유 지음 / 북다 / 202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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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대하여 – 백온유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달달북다의 시리즈를 8번째 만났다. <정원에 대하여>는 하이틴 파트에 속해있다. 짧고 간결하고, 작가의 작업노트까지 만날 수 있어서 내가 애정하는 시리즈물이다. 이제 앞으로 남은 하이틴과 비일상 시리즈까지 무척 기대하고 있다.
주인공은 <정원> 고등학생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까지의 이야기가 담겼다.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은 <은석> 역시 고등학생이고 전학과 이주를 동시에 해온 <정원>을 좋아한다. 어른들의 관계와는 별개로 최대한 자신의 처지에 맞게 정원을 좋아한다. 소설의 시작은 정원이 은석에게 나도 널 처음부터 좋아했다고 고백하는 부분으로 시작되어 플래시백 된다. 은석은 믿을 수 없다는 식으로 받아들이지만, 그 마지막 고백과 생일축하라는 것이 정원에게는 최대한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가정문제에 시달리며 여기저기 떠돌아다녀야 하는 엄마와 여고생 그리고 어린 막내동생까지. 큰 인심으로 나가지 않는 반지하방 B01호로 이사온다. 방이 두 개나 된다며 호들갑을 떤 엄마와는 별개로 수업일수도 겨우 채우지 못하고 전전하는 학생에게 친구들이나 학교생활이나 경제력까지 그 어떤 것도 고민이 아닌 것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고민이 될 때마다 정원은 자신의 눈썹을 뽑았다.
어떤 점이 은석에게 정원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잘 나와있지 않다. 앞길도 팍팍한 그녀에게 아마 연애나 좋아하는 감정조차 사치라고 느꼈을지 모르겠다. 이렇게 어린 나이인데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도 못하고 어른들의 눈치를 봐야한 정원이 너무나도 딱했다. 지금도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이 부글부글 들끓는 나는 이렇게 숨겨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너무나도 힘들 것 같다. 책에서 나온 구절처럼 <좋아하는 마음은 어떻게든 티가 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고 강력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원에게 과자가 먹이고 싶으면 유정에게 과자를 3개 쥐어줘서 정원에게까지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가기를 원했던 은석. 정원을 훔쳐보던 미친놈의 정체를 알고도 담합하여 은폐하는 어른들에 대해 미안함을 전했던 은석. 그렇지만 정원 때문에 정신팔린다는 이야기를 듣기 싫어서 그래도 꾸준히 공부했던 적당하게 착실한 은석. 그런 은석을 바라보는 정원의 마음은 어땠을까. 오래간만에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하면서도 눈물이 맻힐만큼 슬펐다. 아련했다.
해줄 수 있는게 이것밖에 없다는 느낌으로 은석에게 피아노연주를 해주던 정원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이제는 바닷가 마을에서 20살이 넘은 정원이 울창하게 기를 펴고 살았으면 하고 마음속 깊이 응원하게 된다. 각자의 길은 달랐더라도 그 좋아했던 순수한 마음들은 간직한채로 은석도 정원도 각자의 위치에서 단단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