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세요? -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일상 수집 에세이, 개정증보판
하람 지음 / 지콜론북 / 2025년 1월
평점 :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세요? (개정증보판) - 하람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세요?>는 참 따뜻해지는 책이었다. 나는 개정판인 지금에서야 알았지만 6년만에 개정 증보판으로 돌아온 것이다. 미공개된 13편의 글과 5개의 그림이 추가되었다고 하니 이전 하람 작가의 팬이었다면 다시 한 번 이 책과 만나보기를 추천한다. 아마 팬들이라면 다시금 따뜻함을 꺼내야 하는 시기에 만난 이 보석같은 글들이 나보다 훨씬 반가울지 모르겠다.
엄마의 옷장에서 내 옷장으로 넘어오는 글에서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을 발견했다. 엄마의 예전 주민등록증에서 나중에 나도 엄마처럼 민트색 테일러 카라가 있는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으니까. 실제로 그 옷은 옷장에 없었지만 그 때의 그녀와 지금의 내가 비슷하게 오버랩 되기를 바랬다.
내가 좋아하는 시간과 장소와 그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보았다. 커피의 맛을 알게 되는 것이 참된 직장인이란 생각에 달달한 커피와 타협하지 않았다는 작가. 대부분 이런 이야기들을 하지 않는가. 직장인들이 아침에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서 회사에 가는 것을 멋지게 보는 학생들이 있다. 그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도저히 카페인 한사발로 뇌를 깨우지 않고는 일을 할 수 없는 어른이 된다는 사실. 비춰지는 모습만 보면 각자의 일상에서 내가 동경하는 부분만 아로새겨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최근 내가 좋아하는 일인 <미술관 가기>를 실행에 옮겼다. 경기도민으로 휴일에 (그것도 연차까지 내고) 예약도 못한 전시회를 현장발권해서 가는 패기는 오랜만이었다. 내가 지금껏 좋아하는 일에 대한 충실함을 보이고자 했다. 생각보다 전시는 좋았지만 내가 조금 변해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슬프다기보다는 그래도 오늘 하루만큼은 내가 나에게 더 다정함을 선물해주었구나, 나중에는 이 날도 기억나겠지 싶었다. 물론 주위에 같이 전시를 보러온 다정한 사람들을 보고서 잠깐 부러워했던 것도 있었지만.
느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반짝 빛이 났다. 나는 프로 가드너를 꿈꾸는 초보 가드너다. 그만큼 식물이 주는 온기는 사람의 그것과는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다. 남들은 알아채지 못하지만 잎의 돋아남과 꽃의 피어남 그리고 져버리는 하엽들까지. 작가는 대학시절 사진동아리에 들었지만 곧 흑백사진에는 흥미가 없어졌고, 인화하는 과정 따위가 복잡해서 길게 유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다들 좋아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면 맞지 않는 일 따위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더더욱 느긋하게 오래 하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달리 보게 되었단다. 그 마음을 이해받은 것 같아 즐거웠다.
책을 읽고 내가 좋아하는 시간을 좀 더 만들어내기 위해 일상을 더 바짝 살아갈 힘을 얻었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번아웃의 사람들이 꼭 다 읽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