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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강남역 분식집
윤진선 저자 / 프롬북스 / 202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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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강남역 분식집 - 윤진선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제목처럼 작가가 경력단절이 되고 육아하면서 전혀 생경한 강남역 분식집에서 일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과 외국계 회사를 다녔다는데 지금은 김밥을 말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테지만 현실에서 많이 일어나는 일이다. 특히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 보장된다는 이야기가 있더라도 내 자리를 대신해준 사람의 일자리가 쉽게 대체되지는 않는 것이 현실이다.
향후 요식업을 창업하는 것 보다는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인생의 정류장처럼 만난 곳이 강남역 분식집이라고 한다. 확실히 강남역이라서 그런지 외국인 손님들과 성형수술을 받으러 온 손님들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예나 지금이나 강남역 주변은 의료관광을 하러 오는 사람이 많은가보다. 이야기를 들으며 확실히 전담 통역과 코디네이터들이 상주하는 곳이라면 온김에 하나 하고, 하나 더하는 구조가 생겨나긴 하겠다. 들어본 바로는 유커들에게 이런 병원을 소개해주는 브로커들도 많다고.
조미료의 맛이 강하다고 항의하는 손님이나, 공기밥을 팔지 않는데 팔아달라고 했다가 입에 안맞으니 바꿔달라는 사람은 참 신기했다. 확실히 요식업을 하다보면 별의 별 손님을 만나나 보다. 그렇지만 햇반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위기상황을 극복했다고 한다. 분식집에서 일하게 되면서 수많은 손님들의 비언어적 언어를 읽어내는데 도가 텄다고 한다. 분식집에서 일하는 직원이 유심히 쳐다본다면 당신이 뭐가 필요한지 스캔하고 있는 중이라는 이야기에 친밀감을 느꼈다. 판매하는 김밥이 5,300원이라는 이야기에 내가 사먹는 요새 김밥 값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강남에서 가게를 유지하는 임대료를 생각하면 저렴한 가격인데 그것에 태클을 거는 사람이 있다니. 이젠 김밥천국의 천원짜리 김밥은 찾아보기 무색할 만큼 가격이 올랐다. 또한 주문 전화를 걸때 무례하거나 본인 생각만 하는 사람들을 엿보면서 나도 그렇지 않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포장인지 먹고 갈건지 말도 없이 메뉴 하나만 덜렁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면 여러 사람을 대하는 건 많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이다. 같이 일하는 알바생이 요리 프로를 보고 김밥집 알바 이후에 하는 카페에 메뉴 구상을 해봤다는 이야기는 같이 일하는 사람 복이 많다고 느꼈다. 물론 필자의 입장에서는 경영적인 마인드로 접근해서 신메뉴의 개발이 꼭 시판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도 배웠고 말이다. 한때 팔았다는 <잠봉 김밥>의 경우 입고되는 잠봉의 품질이 떨어지면서 맛의 퀄리티를 보장할 수 없게되어 판매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것을 보면 근처에 자주 이용하는 가게라도 각자의 소구점을 넓히고, 기존 고객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구나 싶었다.
최근 어떤 경험이든 자신에게 배움이 없는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손님으로 스쳐가는 사람과의 만남에서도, 잠깐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도, 하물며 직장에서도 말이다.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어진다. 밥먹다가 스마트폰을 두고간 외국인 손님을 위해 일하다가도 멀리 뛰쳐나가서 전해주는 작가의 살뜰한 마음이 예쁘게 느껴졌다. 아마 자신에게는 간이역이라고 생각하는 지금도 내일의 찬란한 미래를 위해 쓰이지 않을까. 지금 이렇게 <어쩌다 강남역 분식집>이라는 책으로 알맞게 익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