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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범죄조직의 시나리오 작가다
린팅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반타 / 202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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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범죄조직의 시나리오 작가다 - 린팅이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당신에게 만약 롤모델처럼 부러워했던 인물의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하면 바꿀 것인가 물어보고 싶다. 다만, 그 인물의 속사정 장단점은 모두 가져가게 된다. 그리고 원하는 삶으로 바뀌는 대가는 당신의 전 재산이다. 아 물론 지금 가진 내 재산으로 내가 원하는 사람의 삶으로 바꿔준다고 하면 나도 시도해 볼 것 같다. 그 만큼 내가 가지지 못한 것 가보지 못한 길, 남의 떡이 커보이는 것이 아닐까. 앞의 질문에 다른 사람의 인생으로 바꾸지 않겠다고 답한 사람이 있다면 그 자존감을 얻고 싶긴 하다. 당신의 인생을 위해 치얼스!
주인공인 허징청은 이렇게 인생을 바꿔주는 신비한 다크펀의 시나리오 작가다. 이 사람들이 만나는 곳은 타이베이 시먼딩 거리의 한 이자카야 후보쿠의 다락방이다. 책에는 총 3가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인생을 바꿔준다. 이 조직의 이름이 <다크펀>인 것도 마음에 들었다. 식집사로서 고사리는 못 참지. 아마도 어둠의 조직이고 빛을 그렇게 주지 않아도 무성하게 자랄 수 있는 고사리라는 양치식물이 사람들이 가진 검은 욕망과 초록의 삶의 의지로 구현되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고사리는 음지에서도, 반양지에서도 잘 자란다. 어두우면 어두운대로 밝으면 밝은대로니까 새로운 인생의 음과 양을 다 내포하는 이미지일 것이다.
처음 인생을 바꾼 것은 닥터 뤄의 아내 샤오원을 부러워한 린위치라는 여자였다. 다리가 불편했지만 자신을 위해 간호에 힘쓰는 남편이 안쓰럽고 반짝반짝 빛나는 삶이 갖고 싶어진다. 그렇게 다크펀에 가서 인생을 바꿔버린다. 갑자기 걸을 수 있게 되고 달리기까지 하게 된 것이 제일 놀라웠다. 갑자기 병이 고쳐진다고? 물론 남의 인생을 카피할 수 있다는 것이 제일 크지만. 그렇지만 결국 그녀는 다시 한 번 허징청을 찾아오게 된다.
책을 읽으며 플롯이나 줄거리가 비슷한 것은 아니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떠올리게 되었다. 여기에서는 시공간을 편지를 통해 각 인물과의 접점이 생긴다. <나는 범죄조직의 시나리오 작가다>는 롤모델의 동의를 받지는 않지만 남의 인생을 잠깐이나마 살아보면서 내 인생에 내가 느끼지 못했던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다.
계속 그걸 이제 알게 되었다면 전 재산을 내다버릴 가치는 충분한걸까 하고 현실적인 생각을 계속 해보게 되었다. 아마 지금 내가 다크펀을 찾아간다면 누굴 롤모델로 하게 될까. 곧 죽을 것을 알면서도 그 인생으로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을만큼 간절한 건 무엇인가 하고 말이다.
이후에는 우울증을 가진 아내에게 제네릭이 아니라 오리지널 약인 프로작을 갖다줘야 하는 남자 아창이 나온다. 오리지널 약이 아니면 아내의 병세가 악화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아들 샤오광을 가진 주인공 영어 교사 왕푸런도 등장한다. 그가 바꾼 삶에는 또 어떤 깨달음이 등장할까.
마지막 인물인 류사오위는 시나리오 작가인 우팅강의 지인이면서 사고사를 당한 아내와 연관이 있는 사람이다. 그녀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던 사람이 어떤 인생 시나리오를 써줄지 기대되지 않는가.
결국 나오는 많은 사람들은 결국 세잎클로버를 찾는 눈을 얻게 된다고 말하고 싶다. 인생을 통으로 바꿀 행운을 얻었지만 결국 행복은 멀리 있지 않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