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34
존 스타인벡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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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 존 스타인벡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갑자기 닥쳐온 불행과 행운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인간의 본성을 파괴하게 되는 것일까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 소설이었다. 내가 존 스타인벡의 작품은 읽은 것은 그것도 아주 어렸을 적 대공황이 뭔지도 모를 시절에 읽었던 <분노의 포도>였다. 제목에 이끌려서 읽었던 작품이다. 물론 존 스타인백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읽어본 <진주>는 키노가 얻게된 진주라는 존재와 그를 둘러싼 욕망들이 뒤엉키는 내용으로 이해했다.

해변가에서 카누를 가지고 움막에 살고 있는 키누와 후아나에게는 코요티토라는 아들이 있다. 어느 날 코요티토가 전갈에 물리게 되면서 불행이 찾아온다. 후아나는 독을 얼른 입으로 빨아내지만 당장 의사를 불러오라고 한다. 마을 사람들 및 키노는 의사가 오지 않을 거라며 고개를 젓는다. 의연한 후아나는 의사가 돈 때문에 오지 않을 이런 판자촌이라면 직접 찾아나서겠다며 의사를 만나러 도시로 간다. 물론 집에서 탱자탱자 놀고 있던 의사는 돈 한푼 없어 보이는 키노에게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는다. 생명보다 자신이 얻을 이익이 적은 일에는 개입하지 않는 참 뻔뻔스런 인물이다.

아이가 낫길 기도하면서 다시 건강해지는 것보다 이 병을 낫게 할 수 있는 병원비를 갖게되길 더 기도해야 하는 심정은 무엇일까.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이 세상에서 너무나도 현실적인 우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병원비를 낼 수 있을 만큼의 큰 진주를 얻게 된 키노. 결혼식을 하고, 아내에게 좋은 옷 한벌 해 입히고, 아들에게 글을 읽게 하려는 생각 뿐이었다. 가족의 와해를 막아줄 것이라고 생각한 진주가 그의 삶을 소용돌이로 밀어 넣는다.

작가가 도시가 유기체처럼 모든 소식을 듣고 알아챈다고 하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참으로 사람에 대한 말은 발이 없어도 천리를 간다. 누가 돈을 가졌다더라, 복권에 당첨되었다더라, 누구를 죽였다더라, 소문은 정말이지 빠르다. 음험하고도 다른 사람들에게 색안경을 심어준다. 오늘 아침에도 자기 돈에 달라붙을 사람들을 피해 행려병자처럼 하고 다닌다는 사람의 말을 듣고서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는가 했는데 이 작품을 읽고 나서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미리 적당한 불행을 깔아놓은 척 해야 사람들이 건드리지 않는구나 하고.

황당하게 감사해야 한다는 신부가 다녀가고, 왕진 중이었지만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는 뻔뻔한 의사가 등장한다. 너무 큰 진주는 그냥 신기한 물건일 뿐이라고 가스라이팅을 시전하는 상인들, 거기에 먼저 부른 1천 페소보다 못한 값을 제시하는 짜고 치는 다른 상인들까지 등장한다. 어떻게든 키노가 가진 저 크고 탐스러운 진주를 빼앗아 갈지 노리는 사람들 뿐이다.

소설을 더 읽으면서는 그 상인들에게 그냥 팔아버렸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했다. 적당히 의사에게 값을 치르고, 친구들에게 밥을 사는 정도에서 인간에 대한 신뢰는 조금이나마 남았을까. 아니면 다들 편을 먹고 자기를 이용하려는 생각에 오랜 시간 부들거렸을지도 모르겠다.

집에는 도둑이 들고, 몸싸움을 해야 했고, 진주를 파묻고도 불안에 떨어야 했다. 후아나가 보다 못해 진주를 바다에 던져버리자 하는데, 일을 실행하고자 하는 후아나까지 키노는 두들겨 패게 된다. 거기다 사람을 죽이기까지. 이젠 세 식구가 피난길에 올랐다.

세상은 감당할 만큼의 시련을 준다는데 키노에게는 그렇지 않아보였다. 결국 다시 돌아온 키노가 한 행동은 속죄일까 정화일까.

그렇게도 뺏기지 않고 진주가 자기의 영혼이랄 때는 언제고, 더 소중한 것을 잃고 나니 필요 없어진 존재처럼 여기는 것도 그도 회색으로 영롱한 빛을 잃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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