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 따지는 변호사 - 이재훈 교수의 예술 속 법률 이야기
이재훈 지음 / 예미 / 2024년 12월
평점 :

그림 따지는 변호사 - 이재훈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그림을 보는 사람에 따라서 이런 부분으로 이야기를 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해준 책이었다. 아마 직업은 못 속인다는 게 이런 말이지 않을까한다.
작가인 이재훈 변호사가 <이재훈의 예술 속 법률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13년 동안 게재된 칼럼의 엑기스만 담았다. 그림을 보면서 화가의 삶이나 연결된 작품 속에 드러나거나 감춰진 이미지나 사건에 대해 법적으로 따져보는 것이 이 글들의 취지다. 이번 책에 실리지 못한 작품은 꼭 다음 2탄으로 시리즈화 되었으면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림이 그려진 시기와 그 때의 법은 엄연히 다른데, 거기에서 현대 대한민국의 법과 조합하려고 시도한 것 자체가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 대해서는 그 소녀의 미스테리함 보다 진주가 보석일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일반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귀하고 아름다운 물체니까 당연히 보석이 아닐까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는 국가기술 표준원에서 귀금속 및 그 가공제품을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귀금속이란 금, 백금 및 은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이러니 귀한 <금속>이 아닌 진주는 귀금속에 해당되지 않는다. 특히 귀금속과 보석의 경우 가공 국가명, 가공 지역명, 순도(함량), 보증기간, 세공 불량에 대한 소비자 피해보상 기준을 모두 사전에 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지만 진주는 그렇지 아니하다고 한다. 안그래도 존스타인백의 천연 왕진주를 찾아낸 후 인간들에게 빼앗기는 작품 <진주>를 읽고 있던 터라 이 이야기가 더 재미있게 다가왔다. 앞으로 진주를 살 일이 있다면 그렇게까지 비싼 제품을 사도 괜찮은걸까 하는 의문이 생겨나기는 했다. 이전까지는 담수냐, 해수냐 아니면 보관과 착용의 주의사항 때문에 망설였던 것인데 이제는 보석으로의 가치가 정말 있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보석이냐 아니냐와는 별개로 나이가 들수록 진주만큼 우아하게 어울리는 장신구는 없는 것 같다.
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으로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가 있다. 아직 원작은 보러가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가보리라 마음먹은 것 만으로도 마음속 희망이 되는 그런 작품이다. 그런데 아니 클림트와 관련해 그의 사후 양육비 청구 소송이 14건이나 있었다고 한 것이 매우 충격이었다. 클림트는 56세로 사망할 때까지 독신이었지만 말이다. 청구된 소송 중 4건 정도가 실제 양육비를 주어야 한다고 인정되었다고 한다. 유전자 친자확인이 되지도 않았을 때인데, 그래도 사실혼으로 태어난 자녀의 인정이 되었다는 점이다.
잘 몰랐던 메리 카셋 작가의 조카들을 담은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있었다. 작품의 모델인 조카들이 나중에 초상권 침해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는 가정이었다. 아마도 내가 그 모델이었다면 그 작품의 소유권을 주장했으면 주장했지 초상권 침해로 버럭할 일이 있을까 싶지만 사람은 각양각색이니까. 국내에서는 이런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작가는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일기검사에 대한 학생들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가 어릴 적 에만 일어나던 일인 줄 알았는데 아직도 일기를 검사한단 말인가? 아동들의 생활양식이나 말 못할 구조의 시그널을 알아챈다기 보다는 나도 확실히 요즘 사람인지 왜 검사라는 형식을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공감이 되었다.
여러 작품들을 보면서 법과 예술의 경계에서 둘 다 이해하고 풀어내주는 책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확실히 아름답다, 어둡다, 거칠다, 화려하다 등의 보여지는 면으로만 읽어내는 나와 다르게 독특한 이면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