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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테일
김달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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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테일 – 김달리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김달리 작가의 책은 전작인 <렉카 김재희>를 읽고 두 번째다. 역시나 독한 이야기들이 많다. 책은 5가지 단편을 다루고 있고, 어딘가 어긋난 이들의 집착과 사랑, 욕망을 다루고 있다. 어디선가 봤는데 좋아하는 감정도 집착이라고. 외부에서 온 낯선 인물들에 의해서 등장인물의 원래의 삶의 균열이 나는 것을 다루고 있다.
제일 충격적이게 읽은 것은 지금 내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된 <나의 테라피스트>다. 주인공인 미라의 역할이 아니라 가정부인 영선의 역할과 더 부합하다는게 문제지만. 어쩔 수 없이 가족회사에 들어오게 되면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하게된다. 아버지가 사장이고, 어머니가 실장이고, 딸이 부장, 아들이 과장 뭐 이런 경우에 해당하게 된다. 누구의 생일이다. 경조사가 생긴다. 등등 해서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어버리는 타인이 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유일한 외부인(특히 사람)이 영선이라 그나마 고마워해야 할까. 영선은 미라와 미라의 가족들이 자신을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만큼 의지할 데가 없어진 영선도 미라를 의지한다. 수입도 의지하고, 잘 곳도 이제는 헝클어진 머릿 속 조차. 남의 자식을 내 자식처럼 키워주는 것만 봐도 그렇다. 영선의 마음은 거짓이 없다. 다만 그녀를 원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을 뿐이다.
그 다음 재미있게 읽은 것은 <들러리>다. 자연은 어릴 적부터 귀신을 봤는데, 어쩜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와 섹스를 할 때마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 단발머리 귀신이 나타난다. 그 귀신이 왜 남자친구 곁을 머무는지, 그녀와 지호와의 관계는 무엇인지 미쳐버릴 것 같아한다. 여기에 학창시절 친구에게 귀신 얼굴을 봐달라고 하거나 무당을 소개받는다. 쿨하게 굿 비용으로 300, 마지막으로 500까지 쾌척하는 자연의 지갑 씀씀이가 더 무서웠던 건 비밀이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귀신의 정체가 드러난다. 결국 귀신 때문에 삶을 망치게 되는 이야기. 최근 무속신앙에 맹신하는 이야기들을 많이 보다보니 재미있게 느껴졌다. 영검한 신당인 줄 알았는데 대여도 해준다니! 그러고 보면 역시 사기꾼은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 1타선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 주었다. 믿을 사람 하나 없네. 그렇지만 굿판은 실제로 관련해서 효험을 본 사람들도 있고, 사짜들도 있으니 진짜 이런 건 어떻게 믿고 걸러내야 할까. 내 눈에 보인다면야 800이 아니라 영혼까지라도 팔게 되는 걸까.
제목으로 선정된 <머큐리 테일>은 반전이 있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가 젊은 술집 여자(수성)과 한강에서 투신자살한 연주가 안타깝다. 연주가 그토록 막고자 했던건 수성의 기묘한 정체를 알아서일까 아니면 진짜 미쳐서일까.
이외에도 뱀파이어에게 인생의 마지막을 맡기거나<토리 앤 뱀파이어>, 쥬라기 공원처럼 멸종되었던 인류를 복원시킨 <멸종 아이>도 즐겁게 읽었다.
내가 믿었던 사람, 사랑했던 애인, 죽은 아이라고 느껴졌던 새로운 사람 인간은 많은 것에 자신의 욕망을 투영해서 사람을 바라보는구나를 다시금 알게 되었다. 더불어 나도 지금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은 그를 통해 무엇을 바라고자 함인지 꽤나 오랫동안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