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름빛 오사카와 교토 겨울빛 나가노 - 22살, 첫 일본 여행의 기록
문혜정 지음 / 세나북스 / 2024년 11월
평점 :

여름빛 오사카와 교토 겨울빛 나가노 - 문혜정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최근 오사카에 관련한 여행 책을 많이 읽는 것 같다. 저자가 22살에 처음으로 떠난 여행 2편의 기행문을 엮어서 낸 책이다. 교대를 다니고 있고 취미로 트럼펫을 하며 지금은 학원 강사를 하고 있는 2001년 생이다.
2025년의 첫 책이었다. 책을 읽은 소감은 한마디로 같이 여행을 하고 있다고 느낄 만큼 세밀한 여행기였다는 것이다. 물론 혼자 여행하는 장점은 글을 쓰거나 하루를 정리하는 등 온전히 하루를 나에게 맞춰 다닐 수 있다. 그만큼 자투리 시간도 많이 생기지만 글과 사진으로 시간을 보내서 이런 여행기를 탄생시켰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에 따라서 같은 곳을 가더라도 얼마나 느끼는게 다른지에 대한 생각도 했다. 나의 경우라면 대학이나 학교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어서 근처에 유명한 학교가 있다고 해도 들어가보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렇게 주택가 근처에 학교가 있다던지, 방송통신 대학인 걸 알아낸다던지 하는 것을 보면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은 스타디움이 먼저 보이는 이치인 것 같다.
물론 여행기를 읽으면서 현지어를 얼마나 구사할 수 있는지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이렇게나 많은 정보로 다가오는 구나도 알 수 있었다. 일단 지정석 자리가 나와있지 않다고 승무원에게 물어볼 수 있다는 내용에서 작가의 일어 실력이 상당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가노 여행편에서도 나가노의 옛 지명 이 <신슈>라는 것도 신슈의 특산품 사과주스라는 메뉴판을 보고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그랬다. 물론 최근에야 일본어 메뉴판을 찍으면 문자를 보고 번역해주는 어플리케이션도 있지만 말이다. 확실히 내가 가지고 있는 기본기가 있으면 훨씬 더 심도있는 여행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또한 마츠모토시의 요구르트 포장지에서 <아즈미노>라는 나가노의 아름다운 곳을 발견해 낸 것도 기특하다. 나라면 요구르트 맛있네 정도로 넘어갔을 텐데.
작가가 처음 오사카 여행에서 팬텀이라는 뮤지컬을 보고 그 주연배우의 노래가 더 듣고싶어서 공연일정에 맞춰 나가노행을 택한 것을 보고도 놀랐다. 확실히 제주에서 인천으로, 인천에서 도쿄를 거쳐 나가노까지 가는 일정은 이동에만도 이틀정도가 걸리는 긴 시간이다. 그렇지만 노래하는 일정에 맞출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좋아하는 것에 대한 마음은 사람들은 숨길 수 없는 것 같다. 나의 경우 일본에 가면 미술 전시회를 가능하면 맞춰 가는데, 역시 관람에서 좋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문화 덕분에 훨씬 더 편안하게 관람이 가능하니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고 싶다.
료칸에 머문다거나 오사카에서는 마지막에 비행기를 놓치는 등 잔잔하고 세심한 여행기에서도 다이나믹함이 흐른다.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없이 첫 여행도 이렇게 밀도있게 써낸 작가의 필력에 나도 나가노라는 새로운 여행지를 알게되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