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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씬의 순간들 - 지나치게 매력적이고 엄청나게 소란스러운
김윤하.미묘.박준우 지음 / 미래의창 / 2024년 12월
평점 :

케이팝 씬의 순간들 - 김윤하 , 미묘 , 박준우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나는 1세대 케이팝 아이돌이 활동하던 시절 10대였던 고인물이다. 지금은 특별하게 팬인 그룹은 없지만 그래도 들려오는 노래 중에 취향에 맞는 건 즐겨 듣는다. 청량미가 가득한 보이그룹의 노래도 좋고, 센언니건 나르시즘이건 다하는 여돌들의 노래도 사랑한다. 이제는 이모팬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모르는 노래인 척 하지만 챌린지 영상들도 챙겨본다. 시대의 흐름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노래라는 것은 누가 말했던 것처럼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 아니던가. 책에서도 등장하지만 나처럼 케이팝이 아니라 가요계라는 말이 훨씬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세대에게도 요새의 케이팝 유행과 사회적인 면까지 다뤄주어 좋았던 책이다. 실제로 가요계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뜨끔하던지. 옛날부터 팝은 영미권 팝을, 제이팝은 일본을 지칭하고 국내 가요는 특별히 케이팝이라 칭하지는 않았더랬다.
지금도 거의 다 스트리밍 해서 듣는 시대다. CD를 사는 사람들은 아이돌 팬덤으로 포카나 팬싸 당첨권만을 위해 대량 사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도대체 음악은 실물로 듣지 않으면서 이 많은 상품들은 어떻게 되는건가 궁금했던 적이 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 가면 뜯지도 않고 언니 오빠들의 앨범 판매고를 위해서 사들였던 앨범들을 무료 나눔하는 천사들을 만나기도 한다. 힙한 힙지로를 다녀오면서 그냥 건물에 쌓아두고 가져가서 들으라는 몇 아이돌의 CD도 만나서 집으로 데려온 적도 있다. 그만큼 음악시장의 파이가 커짐과 동시에 앨범이라는 실물의 비중이 적어진 면이 기이하게 느껴진다. 이런 현상을 팬덤측에서도 이의제기를 했었다고 하니 성숙한 의식이 느껴진다.
이외에도 책에서 언급한 2023년 전 세계 앨범 판매량 탑20에서 테일러 스위프트를 제외한 19팀이 전부 케이팝이라는 사실에 나는 너무 충격 받았다. 물론 내가 아는 아이돌 조상님들인 엑소도 있어서 안심했지만. 동방신기가 턱없이 긴 노예계약처럼 이뤄진 계약기간을 정해달라며 이뤄낸 7년 표준계약서에 따라 한동안 케이팝들은 7년의 불문율이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각자의 인기가 있어도 전원 재계약 하고 장수돌로 이어가는 문화가 생기고 있다니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계약관련 이슈들은 항상 나오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이러쿵 저러쿵 해도 팬들이란 같은 레이블로 나와서 무탈하게 활동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겠나. 인기만 얻었다 하면 탈퇴이슈가 나오는 것을 원치 않다보니 의리있게 장수돌 행을 택하는 그룹들이 더 예뻐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투애니원이나 카라처럼 다시 뭉쳐서 활동해주는 그룹들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현재 진행중인 뉴진스에 대해서도 다뤄주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단아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맛깔나는 글맛으로 몰랐던 그룹과 앨범들도 많이 알게되는 것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