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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 플루트를 수리하고 연주합니다
박지혜 지음 / 지식안테나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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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 박지혜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작가는 <지혜플루트연구소>를 운영하며 플루트를 수리한다. 24년 동안 플루트를 연주했고, 직장생활도 했지만 새로운 기술직을 찾아보면서 인생의 플랜 B를 계획하던 중 좋아하는 플루트를 수리하는 일을 선택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는 날은 회사에서 그간 내가 내 업무지만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던 총 매출리스트를 내 입맛에 맛게 도식화 하는 작업을 시작한 날이었다. 지금까지는 시스템과 엑셀 여러 자료를 취합해야만 나오는 자료를 궁시렁 대면서 대조하는데 시간이 더 걸렸다. 이런 일을 시작하는 날 기존의 수리서들을 대폭 번역과 자신의 방법으로 소화해서 플롯 수리 매뉴얼을 만들어내고 그 공을 다른 사람들과 대가 없이 나누기 위해 책까지 펴낸 작가에게 경외심이 들었다. 물론 처음 시작은 나처럼 <내가 보기에 힘드니까 단권화 해야지>라는 마음이 강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결국 그 일을 해나가면서 내가 어떤 순서로 일하는지, 혹은 초보자들이 궁금해할 사항은 무엇일지 헤아려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본인에게 더 좋은 공부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자신이 많은 돈과 노력을 들여서 배운 노하우까지 아낌 없이 보여주는 건 약간의 결심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배운 것을 나누는 단계까지 가야만 다음 챕터라고 생각하다니 역시 대인배라는 생각이 든다.
책은 플루트를 수리하는 내용, 기술을 배우러 갔던 여정 뿐만아니라 작가가 추구하고 있는 삶의 모토도 전하고 있다. 특히나 에세이를 읽으면 작가의 성품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참 호수같이 잔잔하고 차분하고 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였어도 내가 배우고 싶은 열정과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 실행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나와 비교하게 되었다. 물론 사업의 성장세 때문에 작가는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살라고 마지막 챕터에서 누누이 조언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플루트를 연구하고 수리하는 책에서 의외로 또 <영어>에 대한 동기부여를 얻었다. 국내에서는 플루트 수리에 대한 커리큘럼도 없어서 배움을 찾아 미국으로 , 온라인으로 , 이탈리아로 떠났다. 그 모든 과정은 영어로 이루어진다. 연수를 가는 동안 정말 수험생처럼 영어의 장벽, 기술을 배워가야한다는 조급함 등으로 고생했다지만 영어가 바탕이 된 저자의 노력이 여기까지의 길로 인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에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자신이 플루트 소리와 연주에 대한 연습을 위해 성가곡도 연습하는 끈기있는 사람이었다. 역시 사람은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즐겨야만 이 순수한 내적 동기가 오랫동안 일을 지속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만 해도 책을 읽고 쓰는 것, 내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들에 대해서 글을 쓰는 것을 사랑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지속하는 것이다.
플루트 수리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수리 과정은 클리닝, 폴리싱, 태핑, 패딩, 등의 여러 과정을 거친다. 이 자세한 수리에 대한 내용은 작가의 전작인 <어서와 플롯수리는 처음이지?>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그 중 에서도 수리사가 제일 어려워하는 과정이 <패딩>이라고 한다. 가장 큰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플루트의 키를 누르면 키 컵이 톤 홀에 닿게 되는 데 그 때 미세한 틈이 생기면 바람소리가 새어나간다고 한다. 이 바람이 새는 부분을 메꾸는 작업이 쉬밍 작업이다. 하나를 메꾸면 다른 하나에서 새거나 메꾸는 종이의 두께에 따라서도 달라진단다. 빨리 할 수도 없고, 그야말로 한땀한땀 해나가야 하는 작업이다. 그렇지만 오로지 수리사의 감각에 의존해서 해야하는 작업이므로 그만큼 해결 하는데 숙련도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고 포기한다고. 그렇지만 그 어려움 때문에 해결하게 되면 더 환희가 찾아오지 않을까 한다.
최근에 읽은 책에서 수리점이 많은 동네가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이야기를 읽었다. 그만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사랑하고 버리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은 곳일테니까 하는 이유였다. 물론 악기의 경우에는 고가이기도 하거니와 대체품을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특히나 수리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물건을 수리해서 오래도록 지니고 싶어하는 마음을 헤아리는 건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