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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앤 징크스
마거릿 와일드 지음, 이지원 옮김 / 올리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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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앤 징크스 - 마거릿 와일드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처음 접해보는 <시소설>이라는 장르였다. 소설이지만 운문으로 씌여진 책을 말한다는데 빽빽한 활자 없이 내용의 연결성이 매끄러울까 했는데 나 같은 의문을 가진 사람들도 이해시킬 수 있었다. 읽으면서 느낀 내용은 십대 소녀인 젠(징크스)의 일기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젠의 이야기도 있고 동생인 그레이스, 친구들, 그리고 이 책의 중요한 사랑의 모티브인 남자친구들도 여럿 등장한다. 그들을 처음 만났거나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느낌이 세밀한 묘사보다 사랑에 빠진 감정을 산뜻하게 그려내어 운율감을 주었다.
젠은 다운증후군인 동생 그레이스와 엄마와 함께 산다. 아빠는 집을 나가고 새로운 여자와 결혼했다. 그들과의 교류도 있지만 마음 속에 아빠에 대한 원망도 가지고 있다. 책에서 나오는 다운증후군을 차별하는 몽골이라는 단어를 알고 얼마나 충격 받았는지 모른다. 호주에서는 그런 말들을 쓰는구나..하고. 물론 주석에 인종차별적인 말이라는 해석도 달려있었다.
젠이 사랑에 빠진 남자친구들과의 관계는 오래가지 않는다. 그레이스가 그림으로 느낄만큼 어떤 사람에게는 가지고 있는 속을 다 보여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제일 가까운 사람에게는 또 털어놓지 못한 마음의 힘듬이라는 문제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남자친구를 잃고 괴로워한다. 사람들이 너에게는 뭔가 말하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괴로워한다 나야말로 잘 아는 게 없다는 생각에.
또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난다. 그런데 또 젠의 곁을 떠나고 만다. 그 이후로 젠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은 젠이 아니며 징크스라고 말하고 다닌다. 이렇게 말하는 자신도 10대에 아직 여물어지지 않은 상태인데 얼마나 그 속이 괴로웠을까. 젠의 심정을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떠난다는 것은 몸의 일부를 도려내는 것 만큼 타격을 준다. 계란의 속껍질처럼 내 외피나 정신이 말랑하고 누군가에게 물들기 쉬운 상태가 되어버린다. 결국 다시 새로운 남자친구와의 해피엔딩과 이름을 되찾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내가 했던 어리석은 실수에 대한 솔직한 사과와 그를 이해해주는 관계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가족형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각각의 받아들임의 과정, 친구관계, 거기에 사랑까지 매우 광범위하지만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10대들이 겪을 많은 보편성 때문에 이해받을 글이라고 생각한다. 젠은 앞으로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고 커 나갈 것이다. 자신을 징크스라고 칭했던 날들에서 결국 본인을 되찾은 젠이 대견하다. 다시 인생의 파고가 높아져도 모든 원인을 자신으로 돌리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