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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 괴물이 산다 - 밝혀야 할 진실, 1923 간토 대학살 ㅣ 근현대사 100년 동화
박지숙 지음, 이광익 그림 / 풀빛 / 2024년 11월
평점 :
이웃에 괴물이 산다 - 박지숙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근현대사 100년 시리즈로 처음 만나본 책이었다. 이 시리즈는 가까운 시대지만 오히려 멀게만 느껴지는 근현대사에 대하여 동화로 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동학농민운동과 헤이그 특사파견, 3·1운동, 최신작으로 1923년 간토 대학살까지 나와 있다. 아마도 나오는 책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며 읽어보게 될 것 같다. 이번에 일러스트도 그렇고 내용도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성인들이 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주인공은 일본에서 살고 있는 염원.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의 비밀은 성과 이름 앞에 <독립>이라는 말이 생략되었다는 것이다. 일본에 살고 있기에 일본 이름도 있는데 이것은 <아스카>다. 아스카는 일본에 살고 있는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그렇지만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목발을 짚고 다니는 류스케와, 백정 일을 하는 아버지 때문에 차별을 받는 모모코와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대지진이 발생하고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원망을 다른 쪽으로 풀기로 한다. 바로 조선인들이 폭도가 되어 우물에 독을 타고 불을 지르고 일본인을 습격한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린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자경단을 조직해 계엄시에 엄청난 조선인 학살을 일으켰다.
이를 눈앞에서 보게 된 아스카는 처음에 자경단을 피해 경찰서로 도망간다. 차라리 붙잡혀 있으면 자경단으로부터 목숨은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그렇지만 결국 아버지를 찾아서 혼자만 경찰서에서 탈출한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얼마 전 봤던 순진무구한 얼굴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아니다. 분명 어제는 이웃이었는데 오늘은 나를 죽일 수도 있는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다. 조선인 아주머니를 마구 폭행해 두들겨 패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을 나중에 피난길에 다시 만나게 된다. 분명히 사람을 죽이는 것을 보았는데 그게 내 친한 친구의 아버지라면. 도움을 청하고자 왔는데 집에서와 밖에서 봤던 그 사람의 간극을 어린아이가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읽는 동안 소름이 끼치는 부분이었다. 물론 류스케가 도움을 주러 왔다가 다치는 이야기도 매우 안타까웠다. 그만큼 사람들을 아끼고 도와주는 일본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때다 싶어 사람들을 노예화 하거나 죽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종이 한 장에 의지해 조선인과 내지인을 구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얼도당토 않은지에 대한 물음은 나만 가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결국 이 대학살은 지금도 일본 정부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팩트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사람들도 있지만 참혹하게 파괴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진실한 사과를 해야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