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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훔친 남자
양지윤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10월
평점 :

나무를 훔친 남자 – 양지윤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제일 처음 실린 <나무를 훔친 남자>를 읽으며 내가 지금 키우고 있는 나무가 몇 그루인가 헤아려 보았다. 나무를 훔친 남자는 회사에서 보살펴 주지 않는 나무들이 안타까워서 자기 집으로 데려왔다. 나는 작년 이후로 외로움이 스밀 때마다 나무를 데려왔다. 그래서였을까 책을 읽고 나서 3일 동안 여행을 하면서 꼭 다녀와서 거실 베란다에 가득 찬 녀석들 물시중을 들어야지 했다. 여행이 더 먼저여서 그냥 떠나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애정하던 펜더 고무나무의 잎 대부분이 말라 있었다. 부랴부랴 인공호흡을 시도했지만 이미 말라버린 가지에 새잎이 돋을지도 모르겠다. 나무를 훔친 남자와 내가 다른 점은 그는 안타까움에 훔쳐만 왔고 회사에서와 같이 곁에 둔 후에는 보살피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연정인 줄 알고 다가왔던 화원 주인에게 부탁까지 하려고 했다. 그 주인이 실망하는 장면에서는 피식 웃음도 나왔는데, 그녀가 내뺀 의도는 확실히 공감할 수 있었다. 결국, 선의에서 구해주고픈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모두 죽게 만든 건 여러 사람의 무관심이나 한 사람의 호더나 비슷한 걸까 하고 갸우뚱하게 되었다. 식집사의 관점에서 87그루의 식물 중에서 남천성과 관엽들이 있던데 그 녀석들이 더 목마름에 강한 설정은 조금 더 디테일을 주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식물들을 기르는 것은 회사에서 본업이 아니다. 그렇지만 삭막한 곳에서 식물이 하나도 없다는 것도 팍팍하다. 최근 잘 가던 단골 카페에서 히메 몬스테라가 좀 자란 것 같아요. 라는 말을 했더니 주인분이…. 그럴 리가요. 저거 조화인데요. 라는 에피소드가 나한테 생긴 걸 보면 나무를 훔친 남자의 회사 사람들과 나는 무엇이 다른가. 집에서는 당연히 살아있는 것을 기르니 이곳도 그럴 것이라는 편견이 무서운 것일까.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다음 단편은 <우리 시대의 아트>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그리고, 담배 몇 갑이랑 그림을 바꿔먹고, 사인으로는 노상 방뇨를 갈기는 아티스트 <뱅크럽시>와 내가 주인공이다. 어쩌다 절도로 뱅크럽시와 엮여서 미국도 다녀오고 뱅크럽시의 뱅크시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다. 다시 길로 돌아가겠다는 뱅크럽시를 왜 그래야 하냐는 식으로 의아해한 것은 아마 나도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다시 거리의 예술가가 된 뱅크럽시가 행복하게 아트를 하면 좋겠다는 마음.
<롤라>의 경우에는 이건 진짜 그녀를 만나 누군가에게 전해줘야 하는 이야기인지 꾸밈인지 알쏭달쏭한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계속해서 욕망과 쿠키를 연결한 <알리바바 제과점>은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사회의 부품이 된 사람들과 얼마나 원하는 것을 사들이는 사람들의 탐욕과 능력 차이에 의한 시기 질투 등의 내용을 잘 녹여냈다고 생각했다. 기왕이면 오만가지 맛이 느껴지는 오팔 쿠키보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솔티 캐러멜 쿠키가 난 더 좋다. 보석 같은 쿠키보다는 입안의 달콤함만을 주는 투명함이 난 더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