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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들 날도 있어야지 - 우울해도 ○○ 덕분에 삽니다
김영 지음, 장선영 그림 / 희유 / 2024년 10월
평점 :
볕 들 날도 있어야지 – 김영 (글) · 장선영 (그림)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가을비가 오는 아침이다. 원래 계획은 친한 친구와 함께 가져간 맛있는 쿠키와 보양식을 먹고 만발해 있을 핑크뮬리를 찾아가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회사에 나와 있고. 일찍 출근하는 습관답게 나만의 행복한 시간인 아침에 차 안에서 책읽기 시간에 <볕 들 날도 있어야지>가 선택되었다.연차는 어그러져 버렸지만 이 책을 읽은 시간은 감히 따뜻해졌다고 말할 수 있겠다.
책은 <우울해도 oo 덕분에 삽니다>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붕어빵, 찜질방, 추억상자 마지막으로 당신 때문이라는 카테고리에 저자의 삶의 원동력들을 세세하게 담았다. 이렇게 찬바람이 불 때면 가슴팍에 현금 3천원을 가지고 다녀야 할 이유가 붕어빵 때문이라지 않는가. 이제는 노점 판매도 거의 계좌를 써두신 곳이 많아서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지만 찬바람이 코끗을 스칠 때 먹는 붕어빵은 사랑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단팥파다. 슈크림보다는 팥붕이 근본이지. 핫팩도 되고 맛도 냄새도 좋은 템이라고.
겨울철 딸기가 비싸서 언뜻 손이 가지 않았던 사람은 작가 말고도 많을 테다. 나도 물론 그렇다. 봄이 오면 작고 앙증맞은 것부터 반쯤 하얀 신데렐라 딸기에 값도 다양하게 나온다. 그런데 왜 꼭 과일은 철 아닐 때 (비쌀 때) 나온게 맛있어 보이는 걸까? 딸기 같이 작은 것도 참고 산다는 설움이 복받쳤다고 할 때 나도 그 마음 알아알아를 외쳤다. 나의 경우 애플망고와 샤인머스캣이 그 자리를 대체하긴 한다. 올해는 진짜 원없이 박스째로 샤인머스캣을 사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는 가성비를 좀 덜 따져도 되겠지(샐러드편 대사) 하는 생각을 같이 곁들인다.
자꾸 1장의 음식 얘기만 하는 것 같은데, 나는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만 같은 궁합이 딱 맞는 음식을 먹으면 그 온기로 치료되는 것 같은 기분은 누구나 느끼지 않았을까.
물론 책은 먹는 이야기 말고도 고향집이나 다락집, 친구들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도 있다. 늘 그 자리에 있어서 좋은 것 같은 것은 고향집이나 오래된 친구나 비슷한 것 같다. 지금까지 작가가 책을 쓸 수 있게끔 어색했던 대학생활에서 만난 선배와의 인연이 지금껏 자기를 이 길로 올 수 있게 했다는 생각에서 나도 그런 사람이 있었나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일상의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작가의 목걸이처럼 애썼던 나의 역사가 고스란히 깃들어있는 물건은 무엇이 있을까도 생각해보았다. 한 20년 동안 꾸준히 쓴 물건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그만큼은 같이 한 유일한 물건은 없는 것 같다. 지금의 내가 성장하고 변화한 것처럼 이것에서 저것으로 바뀐 타입인 것 같다. 역사를 증명해줄 것이 없다고 슬프다기 보단 이런 생각까지 할 수 있게 된 시간에 떠오르는 몇 몇 보물들이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