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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아빠 비긴즈 - 아기 유아식부터 젖병 닦기까지, 고군분투 육아 시트콤
이경준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초보 아빠 비긴즈 – 이경준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이 책은 아빠가 전담해서 1년간 육아휴직을 내고 <공주님>을 키우는 이야기다. 특별하게 이럴 땐 이렇게 하라는 육아에 대한 노하우나 훈수에 대한 글은 아니다. 다른 커플들은 주 양육자가 엄마인 상황에서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와 자녀와 같이 성장해 나가는 소소한 행복들이 주를 이룬다. 회사에서 가끔씩 전쟁 발발에 관한 소식이 들려오면 나는 아무도 없어서 그냥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다 하며 쿨한 척을 했었다. 그런데 자녀가 있는 분들은 특히나 내 자식들 힘들게 할 수 없어..전쟁 나면 안 돼 이런 말들을 하더라. 아마 작가가 앞으로의 더 행복한 삶을 꿈꾸고 그런 날들만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는 바람과 일맥상통하지 않나 싶다. 자녀가 없지만, 아기를 키우는 일은 이런 힘듦과 행복이 있을 수 있겠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읽는 내내 공주가 10개월일 때 하던 의성어인 <캬캭>을 떠올렸다. 쿡쿡쿡 웃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을까. 어제 가게에 들러서 잠깐 만났던 왕자님도 떡뻥을 하나 얻어가면서 세상 환한 미소를 보여줬는데 아마도 그런 표정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작가에 대한 부러움은 아무래도 남편이 육아휴직을 1년 내도 괜찮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너무 현실적인가. 작가의 직업에 관한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지만, 본인도 이를 잘 활용할 수 있었던 본인의 환경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양가 부모님이 멀리 사셔서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아내가 먼저 복직하고 아기를 보기로 한 작가의 의도와 행보를 응원한다. 마음이 아주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이 물씬 느껴지는 글들이었다. 라벤더를 닮은 맥문동 꽃이 지고 남색의 열매를 손에 쥐고 싶어 하는 공주의 모습에서 얼마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각했는지 모른다. 물론 현실 육아 중에서는 집에 돌아가지 않으려고 여기저기 방향을 트는 공주를 둘러업고 흡사 유괴범처럼 보이는 모습으로 집에 돌아갔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라면 하나 못 끓이는 요리에 소질 없는 남자가 아이에게 삼시 세끼를 차려주기 위한 고군분투 내용이 제일 재미있었다. 그 나이 또래 아가들이 그러하듯 국수를 먹다가 촉감 놀이하다가 결국은 던져버리더라는 것. 그 국수가 바닥과 양모 카펫과 금세 혼연일체가 되어버려 혼비백산하며 청소했다는 에피소드도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다. 그나저나 아이들은 왜 국수를 먹을 때 결국은 집어 던지고 싶어 하는 건지 의문이다. 실제로 해보면 알덴테 확인하듯이 재미있으려나. 책을 통해 배운 새로운 개념도 하나 있다. <원더윅스>라고 아기가 자라다 보면 거의 공통으로 나타나는 급성장 시기를 말한다고 한다. 작가는 18개월 원더윅스를 검색해보면서 보채는 아기와 같이 성장하고 있었다. 실은 참을 인을 새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자녀를 갖고 싶은데 육아에 대한 남편의 고충을 미리 예습해보고 싶다면 꼭 읽어보기 바란다. 아내들이 읽으면 이렇게 도맡아서 육아하는 집도 있는데 하면서 놀랄지도 모른다. 작가가 한 말 중에서 육아라는 것은 시간을 들이는 것에 비해 결과가 나중에 나타나는 체험이다 보니 당장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생명체를 길러내기 위해 이렇게까지 사랑과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부모가 되는가 보다. 브런치 아이디마저 파파러브유인 작가의 트루러브가 느껴져서 부럽다. 나도 아빠에겐 저런 딸이었겠지. 얼마 전 고구마 가져가라고 하셨는데 출근해야 해서 그냥 갈게 하고 들렀던 게 섭섭하실까 봐 주말에 맛있는 거 사드리고 효도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