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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고 어른이 되는 법
강지영 지음 / 북다 / 202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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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고 어른이 되는 법 - 강지영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최근 재미있게 읽은 책이 뭐냐고 해서 강지영 작가의 신작이라고 했다. 내가 강지영 작가를 잘 몰랐기 때문에 이렇게만 이야기 하면 스몰토크가 중단될 줄 알았는데 웬걸. 나만 모르고 다 알고 있는 유명 작가였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
그래서 궁금해 하는 친구를 위해서 책 제목은 <죽지 않고 어른이 되는 법>이라고 이야기해 주고 6회 차까지 환생해야만 했던 소녀 재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물론 이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에 이입하지 못하는 병에 걸린 나는 재이의 기구한 사연보다는 그와 얽혀 재이를 그림자처럼 돌봐줘야 하는 소영의 이야기가 더 가슴에 와닿았다. 우리는 그 누군가에게 재이일 수도 (캡틴) 소영 (조력자) 일 수 도 있는 것이니까.
개인적으로 인쇄물은 좋아하지만 영상물은 거의 안보는 사람이라서 띠지에 디즈니 채널에서 <킬러들의 쇼핑몰>원작 작가라는 말이 크게 와 닿지 않았는데, 작가의 다수의 작품이 이미 팬층을 두껍게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나는 이번에 만난 작품이 첫 작품이지만 이미 전작들을 도서관에 대출예약을 걸어두었다. 그만큼 힙하고 재미진 글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남들은 다 알고 있었겠지만.
타임루프물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기도 한데, 소영이라는 인물이 얽혀서 짠한 서사를 만들어 낸다. 처음 태어난 재이는 2005년 5월 3일에 출생한다. 그리고 6번을 죽고 다시 태어난다. 전생의 기억을 모두 가진채로. 죽을 때의 기억도 간직하고 전생과 전전생까지도 모두 차곡차곡 기억한다. 그래서 처음에 영아였을때도, 조금 자라서 사고사를 당할 때도 최대한 기억을 되살려서 오래 살아남기에 올인한다. 이렇게 재이가 태어나고 죽고를 반복하는 동안 재이와 연결된 소영은 재이가 살았던 시간만큼 나이를 먹으면서 다시 재이를 만나야 하는 기구한 운명 공동체다. 처음에는 심리상담 선생님으로 만나서 적극적인 도움을 준다. 소영은 무슨 죄가 있어서 요한과 이어질 수가 없는지 내가 다 가슴이 절절했다. 그런데 소영의 슬픈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게 함정이다. 어떨 때는 재이를 죽일려고 하는 사람을 미리 막아야 했고, 어떤 때는 재이를 그 모든 위험에서 막기 위해서 입주도우미로까지 일을 해야했다. 도대체 언제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가도 원통해하는 그 모든 서사를 모를 재이를 위해서 정말이지 죽기 직전까지 재이를 위해 헌신한다. 이와 반대로 언제나 엄마로 등장하는 은혜는 정말 말도 꺼내고 싶지 않은 캐릭터다. 물론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긴 하겠지만 왜 이렇게 거듭되는 순간에서도 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게 되는 캐릭터인지가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건 아빠 유진도 마찬가지다. 너죽고 나죽자의 캐릭터 혹은 무대뽀의 캐릭터라고 하면 맞을까.
예지자 같은 느낌의 준서도 인생 회차가 여러 번 반복 되는 동안 성장을 해가는 것도 볼만하다. 재이에 대해 대단하다고 느낀 거라면 자기를 죽였거나 죽일뻔 했거나 아무튼 둘 다인 사람들과 결말을 대충 알면서도 흐린 눈을 해가며 열심히 살아가는 게 장했달까. 용서의 아이콘 재이.
이 책은 정말 읽어봐야 이 맛이 살아나는데, 내가 소개를 잘 못해서 누를 끼치는 것 같아서 미안할 따름이다. 강지영 작가의 네임드를 믿고 읽어보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자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건사고가 있는지, 누구는 이런 일을 겪고, 누군 또 그렇지 않은 게 얼마나 랜덤한지에 대한 생각도 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