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행복한 왕자 ㅣ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25
오스카 와일드 지음, 나현정 그림, 소민영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9월
평점 :

행복한 왕자 - 오스카 와일드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보물창고에서 <행복한 왕자와 다른 이야기들>과 <석류나무의 집>을 한 권으로 묶은 완역본을 만나보았다. 물론 이 중에 메인 작품으로 뽑힌 <행복한 왕자>는 다들 기억이 날 것 같다. 자신의 눈과 피부(금)을 모두 자기보다 불쌍한 사람들에게 헌신해서 번쩍이지만 혼자였던 쓸쓸한 왕자가 진정으로 행복한 왕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나도 이 완역본을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왕자가 얼마나 마음씨가 착한지 왜 그렇게 초라해질 때까지 남을 위해 희생했는지에 대한 리마인드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일까 나는 이 행복한 왕자를 위해서 헌신한 <제비>에 지금은 더 감정이입하고 말았다. 내 기억 속 제비는 메신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지금은 <행복한 왕자>를 위해서 자신의 사랑의 스타일을 바꾼 그리고 죽음까지 맞이한 새로운 캐릭터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원래 제비는 친구들이 따뜻한 강남(여기서는 이집트다)으로 가자고 다 말릴 때도 강가의 갈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제비는 갈대의 가냘픈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고 홀린듯 당신을 사랑해도 되는지 성급하게 묻는다. 물론 덕통사고처럼 사랑은 한순간에 일어나기도 하니까 이를 나무라는 것은 아니다. 서서히 물드는 사고도 있고, 어느 순간 마음속에 자리를 잡아버리는 사랑도 있는 것이니까. 이 후자의 사랑 같은 경우는 오스카 와일드의 퀸즈베리 사건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행복한 왕자는 1888년 출간되었고, 동성애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퀸즈베리 사건) 것은 1895년 이다. 최근 안데르센도 그렇고 지금까지 사랑받는 동화작가들의 동성애에 대해 자꾸 알게 되어서 많이 놀랍다. 그전에는 작가의 인생보다는 동화로서만 만나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작가의 삶과 작품을 함께 보자는 시대분위기인 것 같다.
아무튼 갈대를 사랑한 제비는 자기와 함께 떠나자고 제안한다. 그렇지만 갈대는 고향을 사랑했기에 그를 거절한다. 이미 제비의 마음은 바람과 시시덕 거리면서 흔들거리는 갈대에게 마음이 식어버린 상태였다. 당신은 나를 가지고 놀았다며 고향을 떠나지 못하는 갈대를 힐난한다. 그리고 다시 만난 상대가 행복한 왕자인 것이다. 자신은 잠깐 이집트로 가기 전에 왕자의 눈물 때문에 젖어버려서 생긴 인연일 뿐인 것이다. 계속해서 친구들이 있는 이집트로 가야한다는 제비를 붙잡는 왕자. 그리고 점점 다른 사람을 돕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제비도 행복한 왕자를 사랑하게 된다. 이제 눈도 없고 루비도 없는 볼품없는 왕자가 자기를 떠나라고 말했을 때도 제비는 자기가 곁에 있어주겠다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뭔가 찡한 감정을 느꼈달까. 자기가 떠나자고 제안했던 갈대를 힐난하던 제비의 모습에서 더 성숙한 사랑으로 바뀐 제비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행복한 왕자를 다시 읽으며 제비의 사랑에 감동하게 될 줄은 몰랐다. 치기 어렸던 내 모습과 겹쳐서였을까. 다시 읽고 읽어도 왕자가 사람들을 구휼하는 것보다 제비의 소울이 변화되어가는 모습이 훨씬 더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보통 화려했던 왕자가 더 기억에 남긴 하겠지.
새로 동화를 읽으면서 새로운 감정의 깊이를 만나게 되어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동화가 의미있다. 보물 창고의 세계명작전집 중에서 <이솝우화>와 <빨강머리앤>은 소장하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양장본이라 더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오스카와일드에 대한 새로운 지식도 알게 되고 행복한 왕자 외에도 유난히 우쭐거리던 로켓폭죽, 수레라는 미끼와 친구의 우정이라는 가스라이팅에 목숨까지 바친 <헌신적인 친구>의 한스가 기억에 남는다. 어린이들이 읽어도 어른이 다시 읽어도 좋을 동화시리즈라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