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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누아르 ㅣ 달달북다 3
한정현 지음 / 북다 / 202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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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누아르 - 한정현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사랑의 장르를 폭넓게 개척한다는 광의적 의미로서의 사랑이라고 해야 이해할 것 같다. 지금까지 북다의 단편소설 시리즈 중 <칙릿>파트에 해당하는 3편을 전부다 읽었다. 물론 배경과 등장인물과 사랑하는 방식은 다 달랐다. 당연히도. 이번 <러브 누아르>에서는 내가 느끼기에는 사랑이라고 할 만하기보다는 동경에 가까운 사랑이 그려지고 있다. 그런데 오늘 삼성역 지하철 역에 다녀오면서 생각했다. 팬들이 9월 14일이 이종석(배우) 생일이라고 광고판 2개를 꽉 채운 것을 보고 말이다. 아마도 뭔지 모르지만 박선이 그 여가수 (심XX로 추정)를 동경하는 것과 이성희 작가(회사에서는 미쓰 리로 통칭됨)를 바라보는 마음도 이런 최애를 사랑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번뜩 느껴졌다. 가수는 내 세계에 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꿈처럼 사랑하는 그 무언가. 그리고 미쓰 리 언니는 가까이 있으면서 그렇게 말을 많이 했으면서도 이름 석자도 제대로 모르지만 그래도 저사람 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해준 사람. 나에게 되고 싶은 것이 있냐고 꿈을 찾을 수 있게 도화선에 불을 붙여 준 사람.
서슬퍼런 80년대가 배경이라서 정말이지 욱하고 올라올만한 사건이 이 얇디얇은 소설 속에도 녹아있다. 얼굴이 박색이라 가스라이팅을 하는건 예사요. 이유없는 불심건문과 회사 안팎으로의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소문과 추문들. 그런 시대에서 뭘 더 기대하는 게 좋은건지, 아니면 지금이 이렇게나 행복한 시대이니 사랑을 꽃피워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좋은 시대에도 어떠한 이유로도 러브라는 장르를 누아르로 만드는 나 같은 사람도 있으므로.
이작가가 써내려간 원고를 소중히 간직하는 마음 그리고 길에서 만난 친구가 청첩장을 건네며 큰 가방 안에 불온선전물이 들어있지는 않은지 의심하는 시대에서 선은 참 애를 쓴 것 같다. 역시나 사람들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듣고 퍼트리고 싶은 말만 퍼트린다.
아직도 웃으면 다르게 받아들이는 인간들이 많은 이시대의 회사는 또 어떠한가. 부장처럼 구는 사람은 아직도 존재한다. 그걸 내부고발 하는 사람도 있지만 모르쇠로 함구하는 사람도 많다. 30년도 더 지났는데 건물 내 금연 말고는 크게 달라진 것도 없네 이것도 블랙코미디라고 생각했다. 한양물산을 떠난 선이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을 거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그렇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시간은 <미쓰박>이 아닌 선으로 살아갈 수 있었기에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짐작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