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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슬기로운 철학수업 ㅣ 슬기로운 철학수업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미조 편역 / 파랑새서재 / 202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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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슬기로운 철학수업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최근 책을 통해서 여러 철학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러면서도 딱 이거다 싶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는데 <아르투어 쇼펜하우어>가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이었다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책 표지는 비관주의 철학을 대표하는 쇼펜하우어 답지 않게 은은한 미소를 띄고 있다. 아마 앞으로는 쇼펜하우어를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쩌면 나와 세계관이 비슷하겠구나 하고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다. 올해 상반기부터 지금까지 연달아서 나를 괴롭히는 문제들이 많았다. 다 사람과 연관된 것이었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고독을 중요시하고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그 모든 근본적인 문제가 없을텐데 행복이라는 환상을 쫓고 욕망을 채우기 위해 살아가다 보니 문제가 늘 발생한다. 책을 무척 비관적인 감성이 정점을 찍을 때 읽었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문장들을 찍고 또 찍었다. 읽고 또 읽었다. 그 중에 제일은 아마도 책의 문을 여는 다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 파리가 태어나는 것은
거미에게 잡아먹히기 위해서이며,
인간이 태어나는 것은
괴로움의 노예가 되기 위해서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인생론> 中
결국 인간의 삶은 괴로움이라는 것을 인지하라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또 역설적이게도 태어나기 이전에 삶이 없었든 죽음도 없었다고 이야기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태어난 이후에야 죽음이라는 것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란다. 동물들은 미래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유한한 삶을 영위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존재다. 결국 삶을 괴롭게 만드는 문제들을 파악해서 이에 대한 방비를 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삶을 피폐하게 살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나도 늘 안온한 일상이 행복인 줄 몰랐다가 고된 사건이 발생하고 나면 그 때가 행복이었구나 생각하곤 했다. 이게 젊을 때는 그런 생각이 덜 드는데 아무래도 가족이라는 방파제가 있어서 그렇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제 주기적으로 오는 파도처럼 나의 삶을 뒤흔드는 문제들 앞에서 내가 우선적으로 지켜나가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주었다. 특히 건강이 최고라는 말에 끄덕였다. 최근 무얼 하든지 간에 내가 죽고 나면 없고, 내가 아프고 나면 그 마음 알아주는 이 없으니 건강이 최고라는 말을 내가 피력했다. 그랬더니 듣고 있던 지인이(건강에 아무 이상 없음)건강보다는 다른 게 더 우선이라고 하더라. 결과적으로 자신이 디폴트값으로 지니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경시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태생이 비실비실하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목도를 경험하고 나서는 나는 건강에 대해 무척 예민해지기 시작했는데 쇼펜하우어도 이 마음을 알아줄 줄이야!
시간이란 즐거울수록 빨리 지나가고 슬픔에 빠져있을수록 더디게 지나간다고 한다. 능동적인 것은 즐거움이 아니라 아픔이다. 즐거움은 실감하지 못하지만 아픔은 즉각적으로 실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즐거운 사람과 행복한 시간은 하루도 2시간처럼 느껴진다. 내 마음이 지옥 같을 때는 휴대폰으로 잠깐의 메시지만 보내더라도 마음속에서는 엄청난 해일이 몰아친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이론을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삶의 다양한 면에 연결시켜서 만트라 같은 문장들을 만들어냈다. 기존의 철학서가 너무 난해해서 읽기 어려웠던 분들에게는 파랑새 서재에서 나온 니체와 쇼펜하우어의 철학수업서를 만나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