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기도하고 사기쳐라

먹고 기도하고 사기쳐라
이홍석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7월

먹고 기도하고 사기쳐라 - 이홍석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여름 휴가를 앞두고 이 소설을 만나서 다행이었다. 작년에는 오싹한 소설로 더위를 물리쳤는데 올해는 <보험사기단>을 만났다. 실제로 작가는 대학 재학시설 손해사정사 시험을 전국 수석으로 합격한 재원이라고 한다. 이후 M화재 보험회사 보상센터에 다년간 근무했다고 한다. 아마 메리츠 화재일까. 책날개의 이 정보 때문일까 등장하는 모든 병명과 대처법들이 다 실제로 통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척수 안에 공기를 넣어서 잠깐(1년 정도) 마비증세를 일으키는게 진짜 되는걸까 무척 궁금해졌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업체의 이름들이 재미있다. 삼영화재는 자꾸 삼성화재로 읽히는 건 나뿐일까. 주인공의 이름은 노재수. 어릴 적 부화시켜 키우던 닭 <생일이>에 대한 애정으로 지금까지 닭백숙을 못먹는다. 힐링학교(보험사기단 학교)에 입소해서도 각자의 장단점을 파악해보는 것에서도 선택을 잘 못하는 사람으로 판명난다. 계속해서 등장하는 아내 기자와 친구 명희 사이에서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마 그래서이지 않을까 싶다. 우연히 접촉사고 때문에 입원한 병원에서 보험사기꾼 이주삼을 만나서 그의 인생이 180도 달라졌다. 마취 스프레이로 자신의 보험금을 5천만원으로 금방 업그레이드 시키는 기적을 행해주었기 때문이다. 재수의 딸 소희가 약장수냐고 물었지만 약을 파는게 아니라 돈을 버는 기술을 판다고 말하는 그 대범함이란. 물론 재수에게도 MRI를 찍도록 권해줘서 당장에 통장에 일천만원이 찍히게끔 도와준 은인이기도 하다. 자기 몸값은 자기가 높이는 거라는데, 이건 연봉협상에만 쓰이는 말이 아니었나보다. 늘 딸 소희에게도 돈을 빌리는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가장으로 그려지기에 재수에게 가족을 화합시키려면 자신을 희생시켜서라도 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있다. 문제는 그 돈을 만드는 수단이 설계를 통한 <보험사기>라는 것이 문제다.

결국 더 큰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재수가 성공할지 아닐지에 대한 큰 틀이 궁금해서 미칠 지경일 것이다. 오래간만에 책장을 빠르게 넘기고 싶은 흡입력있는 소설을 만났다. 세상에 이걸 주경야독처럼 회사 다니면서 틈틈히 쓴 소설이라고 하면, 내 기준 요새 유명해진 박상영작가보다 더 필력이 좋은 것 같다. 심지어 이건 장편이고.

유명한 베스트셀러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다른 버전이라 제목에서 좀 피식 웃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책장을 펼쳐보고 나면 세상에 이렇게 다양하게 인간을 보여주는 것이라니. 재수와 별개로 <백작>을 둘러싼 이야기도 한 가지 더 있으니 그 두 가지를 잘 느껴보자. 결국 보험사기를 저지르게 된 사람을 이해한다고 해야할까 그래도 범죄이니 이런 사회악은 처벌해야 맞는걸까. 많은 진짜 사고 중에서 이렇게 그럴싸한 설계가 통한 케이스가 그래도 꽤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