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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인생론 - 삶이 너의 꿈을 속일지라도
헤르만 헤세 지음, 송동윤 옮김 / 스타북스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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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인생론 - 헤르만 헤세 저자(글) · 송동윤 번역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글은 최근에서야 <데미안>을 완독했다. 이번에 읽은 <인생론>은 헤세의 이야기를 담은 글이다. 여러 가지 파트가 묶여 있는데 자신의 유년기에서부터 전쟁에 관한 이야기까지 폭넓다. 헤세가 37살인 1914년 8월, 독일이 러시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결국 누구나 알고 있는 세계 1차 대전이 일어난 것이다. 이로써 민족주의, 군국주의가 독일을 휩쓸었다. 인도주의자, 평화주의자였던 헤세로서는 이런 식의 극단적인 애국주의에 동조할 수 없었고, 독일 국민에게 평화를 호소하는 글을 발표하자, 이 글로 인하여 독일인들에게 매국노, 반역자라는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아마 이 글이 <오오 벗이여, 그런 어조로 말하지 말라>라는 챕터가 아닐까 한다. 여기에서 헤세는 본인이 독일 사람이지만 전쟁과 정치에 대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는 전쟁과 폭력이 인간의 삶과 문화를 파괴하는 것을 우려했다. 그리고 국제사회가 협력하여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랬기에 온 나라에 만연한 군국주의의 광풍에서 다르게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 중립자의 입장과 임무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거기에 예술가를 비롯한 평화와 인류의 작업에 종사하는 모든 범인을 말하고 있다. 전쟁이 끝난 후 우리는 그 때를 벌써 얼마쯤 두려워하고 있을 것인가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현재도 어느 나라는 전쟁중이다. 국익을 침탈 당했거나 침탈하는 중이라는 이야기다. 우리 형제들이 싸움터에 서 있는 것을 알고, 자기 자신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우리가 그것을 하지 않고 누가 할 것인가 라는 대목에서는 전쟁에 참여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이분법적으로 갈릴 수 없다는 생각이 와 닿는다. 어제는 친구였던 사람이 적이 되어야 하는 극단적인 변화가 과연 괜찮은 것일까. 전쟁과 관련한 헤세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그의 <행복론>에 대해 언급하려 한다. 읽은 책이 데미안 뿐이라 거짓말과 그로 인한 불안 청소년기의 방황에 대해서만 그를 알고 있었는데, 신앙론 뿐만 아니라 그가 가진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헤세에게 행복이란 말은 그런 것 중의 하나라고 한다. 내가 사랑해 왔고, 즐겨 들어온 말 중의 하나라고. 그 의미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말은 아름다운 것, 좋은 것, 바람직한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말에 무게가 있다면 듬직하고, 충실하고, 광채가 깃들어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행복이라는 것이 내가 사랑해 왔던 것이라고 생각하면 매우 여러 가지가 행복이 되겠구나 하고 느꼈달까. 생애의 절반이 지날 때까지 사람들이 행복에 대해서 확실히 무엇인가 적극적이고 절대적인 것일 거라고 생각한 자신이 순진했다고 말한다. 역시 사람이란 계속된 사유를 통해서 나만의 의미를 발견해야한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헤세답게 읽는 동안 쉽지 않았던 책이지만 인생의 많은 면에 대해 고심한 지식인을 만나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헤세의 말대로 내가 사랑하는 오늘의 햇빛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와 잠깐 보내는 시간 이런 것들이 충분히 행복의 찰나에서 영원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