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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 스페이스 바닐라
이산화 지음 / 고블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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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 스페이스 바닐라 - 이산화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과학을 다룬 소설은 재미있게 읽는 편이다. 그 작가의 상상력에 무릎을 치고 그럴 수도 있겠어. 이런 설정은 기발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산화 작가의 기존 여러 지면에 발표한 단편들을 묶어서 낸 <미싱 스페이스 바닐라>를 읽었다. 대표작으로 실린 작품은 종군기자인 내(글래셜 서머헌트)가 콜로니로 사람과 물자를 보내는 회사의 비상대책위원회에 소집된 내용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을 건져낸 다음 토론한다는 안건이 진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여기에는 주인공들 이름이 아이스크림과 관련되어서 큭큭거리며 읽었다. 특히 자모카 아망드 위원(승객대표이자 퇴역 군인)은 자모카 아몬드 퍼지라고 읽으면서 해당 아이스크림이 미치도록 먹고 싶었던 것은 함정이다. 지구가 지긋지긋해서 콜로니로라도 떠날려던 사람이 기체결함으로 죽다 살아왔는데, 이젠 실렸던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었느니 말았느니 하면 나 같아도 속이 뒤집어질 것 같다. 우리의 더위 사냥씨는 모두의 마음에 드는 결말을 잘 엮어낼 수 있을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결국 이 모든 그림을 계획했던 위원장 조안나의 혜안이 빛났다. 역시 사람들을 속고 속이는건 사실 뒤에 감춰진 각자의 사정이다. 그런데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다면 좋은 거잖아?
내가 개인적으로 이 단편에서 제일 좋아한 작품은 <아마존 몰리>다. 실제로 단성생식을 하는 물고기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혀서 세상은 이다지도 신비한가에 대한 생각을 했다. 주인공은 과학기자로 사건과 관계된 남성을 만나게 된다. 그는 포닥 중에 어떤 생명학 학회에서 한 여자를 만난다. 연구이야기로 시작해서 우연한 같은 관심사에 이 사람한테도 관심이 가던 찰나. 여자가 먼저 연락을 해왔다. 그래서 약 2년 동안 두 세달에 한번씩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며 함께 어울렸던 것뿐인데... 갑자기 임신했다며 잠수타고 남자를 버리고 떠나간 것이다. 이 남자는 갑자기 사라진 여자의 행방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그 여자의 행적을 조사했는데 결국 즐거운 만남 상대가 다 그 여자의 실험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가 버리고 간 연구노트 때문이다. 일부러 놓고 갔을 거라는 확신을 하면서. 자신은 그녀에게 무엇이었을까 하고 생각해보게 되는데... 의외로 이런 만남이 현실에 있을 법 하면서도, 여자의 실험연구 주제는 또 상당히 기괴한 발상이어서 산뜻하다고 느꼈다. 실제로 자극만 있고
연구처럼 생식이 마음먹은 대로 된다면 얼마나 신기할까. 언젠가 남녀 랜덤으로 임신하게 되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는데, 이산화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써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덤으로 해봤다.
마지막으로는 <관광객 문제와 그 대책> 화성 투어 (혹은 더 멀리)라는 희안한 투어에 참가하게 된 나. 내가 겪은 그 하룻밤의 일들은 진짜일까? 그분들의 행차가 관광이라면 쓰레기도 좀 덜 버리고 성질 고약하지 않은 분들이 오셨으면 한다는 마지막 멘트에서 크게 웃었다. 나의 관광이 아니라 그들의 관광이었다는 거였나!
다양한 색깔의 초단편과 단편들로 환타지와 과학적인 소재의 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하고, 긴 호흡으로 설정된 장편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