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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의 속도
전혜지 지음 / OTD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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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의 속도 - 전혜지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언젠가는 이런 말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이제서야 임자를 만났다. <비만은 병희다>의 주인공 병희처럼 나도 일하는데 아무 상관도 없지만(사무직임) 회사에서 살을 빼라는 소리를 듣고 산다. 병희는 플라스틱을 나르는 일을 하고 물론 살과 아무 상관도 없다. 비실비실해서 못나르는 것도 아니고, 관절이 아파서 일을 더디게 하는 것도 아니다. 건강상 좋으니까 살을 빼라고 하는 그 압력이 무언을 지나서 시달림으로 돌아왔다. 내가 듣는 이야기도 병희씨네 사장과 비슷하다. 살 안 빼면 짜를 거야 라는 이야기와 살찌면 퇴사하라고 할 거야 라는 이야기의 다른 점을 찾아보자. 누가 들어도 그게 그거지만. 찐 사람을 냅두는 것도 자유고 살찌는 것도 자유인데 왜 이렇게 남의 살들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을까. 그게 진짜 그냥 옆집 아줌마 아저씨면 상관이 없지만 나에게 입에 풀칠하게 하는 사람이면 엄청난 스트레스가 된다. 같이 밥을 먹을 때마다 살이 쪘네 빠졌네 관리해야 되네...아니 친구들이랑도 그런 이야기를 안 하는데 왜 돈 벌러 와서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 병희씨의 마음이 되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거다. 그렇다고 발악을 안해본 것 아니다. 그러면 다들 허허 웃으며 다 건강 생각해서 예전보다 살이 많이 쪘으니까 건강을 돌보라는 차원에서 이야기한다네. 너의 삶은 너의 삶이고 나의 삶은 나의 삶인데 각자 좀 살자 제발. 그래도 요즘의 이야기라 그렇게 고구마 100개 먹은 거 마냥 흘러가진 않는다. 행정처분이라도 받아서 빠질 사람은 안 빠지고 자기가 살 빠졌다면서 결국 또 실언을 하는 그 사장처럼 결국 그런 이야기 하는 사람은 금융치료 받아도 또 하고 만다는 것. 결국 내 살고 싶은대로 살게 냅두는 게 제일이다.
<나비키스>는 생각보다 재독했을 때 그 무서움이 배가되는 단편이었다. 그냥 웃었기 때문에 좋아한 줄 알았다는 사람. 그리고 내 공간으로 무차별적으로 들어오는 사람. 그 사람 때문에 알게 된 그 다음사람 등 데이트 폭력이 좀 남의 이야기 하듯 그려졌는데, 건조한 문장 뒤에 숨은 팩트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대표작인 <캐서린의 속도>다. 원래 <비만은 병희다>를 너무 감정 이입해서 읽은 터라 이것 말고 더 마음에 와 닿는 작품이 생길까 했는데, 캐서린의 속도를 메인 작품으로 민 이유가 있더라. 네 명의 단톡방에서 갈라져서 서로 마음의 간극이 글로 읽혔다. 서로 아무리 하하호호 웃으며 안부를 전해도 실친(실제친구)이라고 해도 다 각자의 속을 알 수 없다. 너처럼 외모 잘난애들이야 카페알바도 잘 구하겠지만 했던 말이 코로나로 실직하고 피켓 들고 데모하면서 겨우 구한 일이란 거 남들은 모른다. 남들은 낮 시간에 다들 아줌마들 팔자 좋게 커피마신다고 하지만, 하루 종일 육아에 시달리다가, 혹은 면접을 다녀오다, 외근 나왔다가, 잠깐 커피숍에 들른 각자의 사정이 있는 사람들일 거란 거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 징글한 사정을 다 내놓을 필요도 없고,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날 또 어떻게 재단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사람이란 참 신기한 존재다. 그래서 외로운 걸까. 각자의 인생이 속도와 방향을 달리하는 서걱거리는 느낌을 잘 표현한 소설이라 묵직하게 와 닿았다. 나는 왜 저들처럼 살 수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면 읽어보면 좋겠다. 다들 한 겹쯤은 바닥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포장하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