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달달북다 1
김화진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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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 김화진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책 표지에 제목처럼 한마리의 개가 그려져 있다. 얼굴에서 코를 제외한 부위는 보이지 않게 실루엣으로만 처리되어 있다. 책에서 묘사된 것 처럼 옅은 물빠진 갈색정도의 느낌. 약밥이가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나도 공공주택에서 개를 키우는 사람은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단지 내에서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이웃을 만나면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이다. <>라는 생물은 귀여움의 결정체가 아닐까. 모르는 강아지인데도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고 손은 저절로 흔들어 주고 있다. 내 손이 강아지의 꼬리라도 되는 양.

책은 후루룩 읽을 만큼 짧다. 최근 읽은 <트리플> 시리즈 만큼 혹은 얇은 시집 두께이다. 그렇지만 요새 MZ들의 연애는 이렇게 시작인가 싶을 정도로 그들의 감정 변화는 확실하고 드라마틱하다. 확실히 요새 실패를 모르는 세대들, 내신이라는 아웃풋으로만 움직이는 세대는 연애라는 것에도 정확한 베네핏이 없으면 시작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 같은 게 보였다고 할까. 이미 그런 말랑말랑한 감성은 조금 멀어진 해방둥이보다는 젊은 세대가 이야기 해봅니다.

찬영은 이제 28살인데, 해방둥이라는 단어는 또 어떻게 아는 건지 모르겠다.

의외로 찬영과 주인공인 회사원1이자 갑자기 출근길에 격일 아침 들르는 떡집이 생겨버린 모림 이 둘이 이야기의 주축이다. 곁가지로 모림을 자꾸 대세에 편승하라고 압력을 주는 직장 내 친구(이자 동료)인 성아도 있다. 같은 회사에서 한사람만 승진에서 승리하고, 나머지는 도태되어 버리면 이젠 상하관계 아닌가. 앞으로 결혼 하기까지 그녀는 또 얼마나 속을 긁어댈지 모르겠다. 살다보면 모림 같은 31살쯤의 나이에 조급함을 느끼며(실제로 살아보면 절대로 늦은 나이가 아니다. 조급해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이상한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여자나이를 운운하는 분류가 있다. 이런 사람들과 결이 안 맞는다면 멀리 하는게 인생에 이롭다. 언제나 남들 하는 시기에 뭐든 해야 불안감이 사라지는 부류들은 그런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채워주자. 암튼 회사도 그럭저럭, 재미있는 일도, 좋아하는 일도 딱히 없는 건조한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이 마음에 들었다. 나 같기도 하고. 꼭 인생에 재미있는 일이 있어야 하나 싶은 나이도 있는 법. 그래도 마지막에 몰랑하고도 발칙하게 연애가 시작되는 둘을 응원한다.

약밥이 실제로 보고 싶다. 모림은 특이하게도 책을 일 년에 4권 읽는다.약간 분기별 독서법 같은 신기한 시스템이다. 한권이 몇 백장이어도 몇 십장이어도 3달동안 같은 책을 읽어서 완독한다. <총균쇠>처럼 두꺼운 책이라면 해나갈 수 있을 만큼 하루에 읽는다. 어린왕자처럼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라면 열 번이든 스무 번이든 그 책만을 읽는다. 이런 습관을 가진 사람에게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이라면 그래도 주어진 어떤 것이 생기면 끝을 보려고 한다는 게다. 어떤 사람은 새로움이라는 과제가 주어지면 시작도 안하는 경우가 있다. 책과 사람 그리고 연애가 다 같을 수는 없겠지만 아마 오래 잘 안 읽히는 사람은 그만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성격일 것이고, 자기와 잘 맞든 안 맞든 수가 금방 읽히는 사람과는 몇 번이고 맞춰가려고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비가 오는 날에도 산책을 나온다고, 약밥이 우비 입은 거 구경시켜 준다는 요새 젊은이식 플러팅을 미처 다 눈치 채지는 못했지만, 이런 말을 하면서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귀엽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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