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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해방 일지 - 고통이 만연한 우리 사회,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오는 법
심민영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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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해방 일지 - 심민영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어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하며 읽었다. 지금도 거의 괜찮아졌다고 생각하는 중인데, 실은 잘 모르겠다. 아무렇지 않은 듯이 <그 일>에 대해서 말하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왜 밝은 척 했나 자책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친구에게 모두 다 잊어 넘기라는 말을 하는 것을 참기가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책에서 나오는 세월호 참사 부모님이 두문불출 하다가 이러지 말고 세상으로 다시 나가야겠다 해서 미용실에 간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거기서도 아직 끝나지 않은 해당 사건에 관한 이야기와 유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다 보니 결국 더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는 것이었다. 충분히 이에 대해 짐작이 간다. 나의 경우는 사회적인 사건으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지만, 이를 이해받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은 이런 내 상태를 알고 있다. 결국 다른 사람에게는 큰 사건이 아니지만 나에게는 인생을 뒤흔들 만한 사건이다. 여진처럼 계속적으로 인생에 영향을 줄 것이다. 참 국가 트라우마 센터장님이라는 명성에 걸맞다고 생각한 게 바로 <1주기>관련해서 였다. 나만 유별나서 그런 게 아니고 1년 전 그 날이 돌아오면 바로 플래시백 해버리는 게 나뿐만이 아니었다니! 그래서 4월이 오는 게 무척 두려웠고 3월 말부터 심각하게 불안하고 초초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누가 데드라인을 정해준 것도 아닌데 유달리 그래서 내가 나약한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통상적으로 많이 겪는 고통이라니 이 말 한마디로도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아마 실제로 겪지 못한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트라우마 앞에서는 누구나 다 평등하다지만, 인생에 있어 이런 힘듦은 최대한 안 겪어야 한다.트라우마가 능숙한 사람은 없고, 누구에게나 낯설고 두려운 것이라고. 고통은 사람을 성장시킨다지만, 어떤 고통은 사람을 파괴할 수 도 있다. 단편적으로 이것도 이겨내지 못하면 나약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평가하지 말라.
지금은 최대한 웃는 얼굴로 집 밖에 나가려고 하지만, 최소 8개월 정도는 심각한 수면장애에 시달렸다. 지금도 종종 시달린다. 책에서도 언급하지만 강력한 트라우마에서는 자책과 수치심이 동반한다. 최근 들었던 이야기 중에서, 너는 그것을 눈치도 못챘니? 라는 말을 듣고 나서 내가 알아챘어야 하는건가? 난 왜 더 사려 깊지 못했나. 내가 알았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에 대한 쓸떼 없는 자책감으로 한동안 힘들었다. 하지만 고통을 겪고 있는 나를 돌봐줄 것은 나 밖에 없다. 그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지금도 일상에서 건강한 규칙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내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트라우마와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과 우울감은 일상을 매우 불규칙적이게 만든다. 결국 잠을 못자면 낮의 평범한 일상도 무너지게 된다. 트라우마 회복에 있어 수면은 무엇보다 중요하니 기억하자. 특히 사건 초반에 충분한 수면을 취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회복의 양과 질에 있어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물론 사건 초반에 트라우마가 형성되면 확실히 잠을 잘 수가 없다. 불안함이 극도에 달하면 입면시간도 길어지고, 계속 깨어나게 된다. 나도 하루에 3시간 이상 3달은 못잔 것 같다. 이렇게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꼭 공감해주고, 부정적인 표현은 피해주자. 그리고 당신과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알게 해주자.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