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 리브레
정민 지음 / 리브레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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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 리브레 정민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소설을 읽고 하루종일 얼른 결말이 알고싶다고 생각한 것이 오랜만이었다.

음지를 찾아 볼래야 찾아볼 수 없다는 양의 기운 가득한 쿠바의 수도 아바나. 여기에 이서준이라는 좀 천덕꾸러기의 정보부 요원(블랙요원)이 작전을 수행하러 갔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1년간의 휴식(?)을 목적으로 단독작전을 계획한 것이다. 내용은 거창하게도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져다 줄만한 엔비(North Vip)의 측근이다. 작전명은 제목과 같은 <아바나 리브레>.

책을 읽으며 이서준이라는 이 요원이 하도 상상하는 게 기가 막혀서, 이거 처음 설계된 이야기와 다르게 이 사람 과대망상 아니야? 하는 생각을 했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이건 엄연히 첩보 이야기가 맞다. 다만 나오는 정보국 요원들의 유머가 아주 짙어서 웃음을 연신 짓게 만든다는 것이 좀 다른 면이다. 예를 들면 전임인 듯 전임 아닌 전임 같은 스파이를 찾는 것도 이서준의 목표 중의 하나이다. 이 유행가 가사 같은 대목에서 정말 빵 터지지 않고는 못배겼다. 정보국 인물들과의 대화 내용이 제일 재미있었다. 실상 보면 쓸데 없는 잡담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알고 보면 사물과 주변 인물의 관찰, 작전의 설계에 필요한 인간 캐드닝 작업을 전수하는 식이다. 국정원의 인물로는 연희동의 서준의 직속 상관이자 픽업한 인물인 스키조(조부장), 뉴욕지부에 얼굴도 제비족 같이 잘생기고 아르마니 수트를 챙겨입는 간판(황소장, 황사장)이 등장한다. 간판은 얼굴이 너무 눈에 띄어서 현장근무를 하지 못하게 된 비운의 인물이고, 생각보다 줄서기를 잘하는 특징이 있다. 다음 권력자를 찾아 끊임없이 줄을 댄다는 뜻이다. 지금은 쓰지않는 코드북이 등장하거나 기생충의 엔딩처럼 모스부호가 등장하는 등의 냉전세대의 요원들에게 물려받는 작업의 기술이 재미지다. 모스부호로 서로 이야기 하는데 눈떨림 때문에 끼지 못하는 한 사람의 사연이 슬프고요. 야속한 세월 같으니라고.

생각보다 블랙 요원의 근처에는 다른 요원들이 많다. 그래서 늘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정보를 팔아 살아가는 사람. 적국의 요원, 주변국의 요원, 이중스파이, 현지의 경찰들... 서준은 가진 능력을 살려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수로 위장 취업을 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실은 위장도 아니란 점. 읽는 동안 점점 끝은 다가오는데 작전은 어떻게 되어가는 거지?하는 물음을 감출 길이 없다. 의외로 정보국 요원들의 잠입과 침투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쉬울지도 모른다!

쿠바에 가본적은 없지만 아바나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게끔 그려져서 왜인가 했더니 아바나에 가서 글을 써온 작가 덕분인 것 같다. 나도 아바나의 방파제에서 웃고 떠들면서도 상대의 심리를 꿰뚫는 모습을 상상했으니까.

더운 여름 더 강렬한 아바나에서의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추천한다. 역시 쿠바에서는 아프면 안되는 구나 하고 한번 더 느꼈다. 무서운 의료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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