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 나를 붙잡을 때 - 큐레이터의 사심 담은 미술 에세이
조아라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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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 나를 붙잡을 때 조아라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큐레이터가 해주는 미술 이야기는 많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심담은 미술 에세이라고 했지만 현대 작가들에 대한 폭을 넓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그동안 전시를 꽤나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나인데 과거형인 것을 이제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루이스 부르주아의 <마망>이 호암미술관으로 옮긴 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 충격이었다. 아 이 <왕거미> 리움미술관에 있던 거잖아 했는데 말이다. 21년에 수장고로 갔다가 23년에 호암으로 짜잔 하고 옮겼단다. 삼성의 돌려막기인가 거미의 외출인가. 빌딩숲에 있던 마망 보다는 호암이 더 어울릴 것 같으니 다녀와야겠다. 실은 지난주에도 호암미술관 앞을 지나면서 관람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는데, 마음이 좀 힘들어서 지나왔다. 더 더워지기 전에 새로운 터를 잡은 마망을 보러가야겠다. 이 작품은 국내 외에도 여러 나라에 있기 때문에 그리고 거미가 주는 그 기괴함 때문에 직관적인 작품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루이스 부르주아의 가업이 태피스트리 만들기였다는 것과 친언니처럼 따랐던 가정교사가 아버지의 정부임을 알게되어 괴로워했을 작품의 투사가 느껴질 것 같다. 이 이야기를 알고 나서 보는 마망은 확실히 다르지 않을까. 이제는 8개의 다리가 아니라 지켜내고 싶은 알을 꼭 보듬은 엄마로서의 거미로 말이다.

국내 작가들 중에 잘 몰랐던 윤석남, 박광수, 김미영 등을 알게 되었다. 특히 책의 표지로 등장하는 김미영 작가의 <새벽 산책>이 친근한 추상으로 다가온다. 책의 표지로 등장시킬 만큼 작가의 애정이 느껴지는 것 같다. 2022년작으로 내가 몰랐을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작품 활동을 알아가고 싶은 작가가 생긴 것이다. 클로드 모네나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르네 마그리트 등 알음직한 작가의 이야기도 나온다. 모네의 작품 중에는 내가 오르세에서 봤겠지만 잘 기억 안나는 <건초더미>연작들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여기저기 퍼져있는 건초더미 중 또 시카고에 가서 봐야할 작품리스트가 늘어서 너무 좋았다.

또한 셀피와 작품과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서 인도 출생 미국작가인 아니쉬 카푸어의 <클라우드 게이트>(2006)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은색의 대왕 콩처럼 생긴 이 공공조각 작품은 사람과 시카고의 전경을 다 매혹적으로 담는 작품이라 언젠가는 꼭 직접 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책을 보면서 그 동안 너무 알려져 있는 고전작가들의 전시만 다녀온 것은 아니었나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서 견문을 넓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세계 광고에 등장해서 익숙해진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이 이제는 고독이 아니라 당연처럼 읽혀지듯이 시간에 의해 다시 보이는 작품들이 있을테니까 말이다. 특히 <작은 도시의 사무실>은 작가의 부인은 콘크리트에 갖힌 사람 같다지만, 나는 일단 2~3대의 모니터가 없는 것으로 저 창밖을 볼 수 있는 풍경이면 월급루팡이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1953년 작품이기 때문에 여기에 모니터를 놓으면 밈이 되어버리겠지만. 해당 작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있다.

오래 간만에 나의 미적 열망을 다시금 일깨워 준 고마운 작가다. 덕분에 공원에 가서 얼리버드 티켓을 뒤적였다. 곧 끝나가는 전시부터 얼리버드까지 보고싶은 것들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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