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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4월
평점 :

청혼 – 배명훈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우주의 이야기지만 한 남자의 가엾은 청혼의 이야기라고 생각이 든다. 내용의 거의 모든 부분은 지구에서 태어나지 않은 우주 인류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다. 2013년도에 나온 책을 작가가 문장을 거의 새로 태어나게끔 해서 다듬은 복간판이라고 한다. 이렇게 복간판이 나오면 꼭 찾아서 원본을 읽고 싶어지는 것이 나란 사람. 아마 머지않아 비교 독후감을 올려보겠다. 주인공인 <나>는 우주 출신이며 궤도연합군 작전 장교로 복무하고 있다.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적 때문에 사랑하는 지구에 있는 그녀에게 가지 못하고 전쟁에 참여중이다. 지구인인 내가 생각하는 우주 전쟁의 이미지가 아니다. 책에서 묘사되고 있는 우주전쟁은 시간과 오차와 빛이다. 소리는 없다. 신기하게도 우주에서 함대를 건설하고 사람들은 중력을 느끼고 싶어서 휴양선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우주에서도 위와 아래를 구분하며 다리 혹은 등을 바닥에 대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구인인 내가 느끼기에 너무도 당연한 이 기분을 느끼기 위해 우주 출신 사람들은 엄청난 돈과 빽을 써야한다. 알게 모르게 우주출신과 지구 출신의 인류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만난다면 바로 얼굴 크기로 알아볼 수 있게끔 묘사되었는데, 우주에서 오래 지내면서 체액이 잘 돌지 않아 얼굴이 커져버린다는 이야기는 너무 슬프네. 지구출신만 미남미녀로 보인다는 거잖아. 책에서 인상 깊은 구절은 우주에 대한 묘사와 더불어 존재하는 시간에 대한 묘사였다. 나는 적의 공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함대를 정비하는 동안 휴가를 받는다. 지구에 있는 너를 만나기 위해서 170시간을 날아서 지구로 가고, 다시 180시간을 날아 귀환한다. 지구인인 나는 역시나 자전과 공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170시간보다는 7일(정확히는 7.08일)을 날아서 너를 만나러 갔다는 사실이 좀 더 극명하게 와 닿는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하루에 대한 개념이 그저 어두운 우주에서 시간으로 흘러갈 뿐 낮과 밤이 되지는 않기에 시간으로 설명했다고 생각했다.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책의 여러 곳에 드러난다. 빛보다 빠를 수는 없기에 적을 타격하기 위한 30초의 숨 막히는 시간 등으로 말이다. 실제로 있지 않은 버글러의 모순을 검색해본 사람 바로 나다. 아마 무작위한 기체의 브라운운동 같은 느낌으로 함대가 흔들리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게다가 이 책의 좀 특이한 점이라면 우주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조차 과거의 <예언서>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걸 한동안은 암기하게끔 했다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믿음은 시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아직도 우주에는 시공간이 일그러지는 것을 관측은 해도 직접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보내주고 싶은 응원은 <우주 저편에서 너의 별이 되어줄게>라는 마지막 말보다 지구에 가서 지구의 중력이 몸을 짓누르더라도 <나>의 청혼이 이루어지는 일이다. 우주 저편에서 존재하는 그리움으로 남기에는 서로 좋아하잖니. 새로운 장르의 SF와 로맨스를 읽어서 새로웠고, 새로움을 접하니 원작이 더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