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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상자
김정용 지음 / 델피노 / 202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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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상자 – 김정용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만약 집앞에 배달된 내 이름이 적힌 붉은 상자가 놓여있다면 나는 열어볼 것인가. 오늘만 해도 엄청나게 많이 시킨 택배가 집 앞에 줄줄이 와서 놓여있다. 그 중에서 일반적인 박스 색깔이 아니라는 게 좀 특이하게 여겨지겠지만, 내 이름이 쓰여 있다면 바로 뜯어보지 않을까. 우리의 주인공 최도익(경찰공무원 준비중)도 이렇게 붉은 상자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적혀있는 것은 쪽지 한 장이다. 책에서는 수 많은 사람들이 붉은 상자와 그 아이템들로 엮여있다. 더 무서운 것은 책은 끝났지만 다시 처음이 생각난다는 점이다. 그건 도익이와 관련이 있으니 꼭 책으로 확인하기 바란다.
개인적으로 도입부인 남보빌딩 근처에서 <잠시만 눈을 들어 하늘을 보세요> 라는 말에 지배당한 내일모레 결혼할 성지민의 잔상이 제일 잔인하게 남았다. 이 여자는 문 앞의 붉은 상자를 당연히 결혼 축하 선물로 생각하고 열었는데, 괴이한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괜히 그 부분이 찜찜하게 느껴진 게 아니었다. 그런데 정말 사람들이 알 수 없는 붉은 상자를 받게되는 게 단순한 우연일 뿐일까.
높이뛰기를 연습하던 체대준비생 소녀 민정희에게는 <173>이라는 붉은 상자가 배달된다. 처음에는 도대체 173이 자신이 넘을 수 있는 높이인가 생각해서 몸이 망가질 정도까지 연습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173이라는 쪽지는 정희에게 또 다른 인생의 길을 열어준다. 길가다 정의의 사도인 척 했던 도익이 피떡이 된 뒤로 그를 보살펴준 순댓국집 아줌마. 이 분께는 돈이 없어서 보답으로 유품인 시계를 풀러 맡기고 가게 된다. 이미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녀의 목숨을 살려야만 하는 도익. 그녀를 찾기 위해서 실미와 정희와 도익은 목포로 내려간다. 가는 동안 얼마나 서해안 고속도로가 등장할 때마다 식은땀을 흘렸는지..
실미와 정남, 남보코퍼레이션 등 다양한 배경과 각자의 이유로 붉은 상자를 배달하기도 하고, 빼앗기도 한다. 궁극의 아이템을 파괴해야하는 자와 손에 넣어야 하는 사람들 사이의 각자의 이유들이 펼쳐진다. 어떨 때는 붉은 상자가 예언을 하고 그대로 인물과 인물 사이를 엮어준다. 다리를 저는 사람의 도움을 받는 사람은 누구일까.
미스터리 스릴러다 보니 더 길거나 줄거리 전체를 이야기 할 수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읽다보니 붉은 상자는 도대체 왜 존재하게 된 것일까에 대한 물음이 일었다. 물론 상자가 당신에게 오던 오지 않던 운명이 변하지 않는다는 설정이 무서울 뿐. 그나마 후반부 부터 도익을 도와 여러 증거를 모으고 도익에게 많은 도움을 줬던 친구 영운의 등장이 그나마 운명에 덜 휘둘린 사람이라 다행이었다. 그런데, 친구에게 이런 미스테리한 일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면 호기심으로 그 정도까지 도와줄 수 있는 것 인가에 대한 생각을 했다. 엄청난 과학적 호기심이 있는 친구이면서 이성적이라 영운이 이 녀석 틀림없는 이과생이군 하는 느낌에 피식거렸다.
계속해서 구하고자 하는 이유도 흐릿해져가는 이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도익은 언제까지 주먹만을 낼 수 있을까. 그리고 자신이 주먹을 내는 이유는 기억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