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일기
서윤후 지음 / 샘터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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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일기 - 서윤후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시인이 쓰는 산문은 남다르다. 어떤 점이 남다르냐 하면 그 표현의 깊이와 방법이 다르다. 작가가 동의할지 모르겠지만 <쓰는 일기>를 읽으며 군밤의 따뜻한 온기 같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군밤처럼 까실한 속껍데기가 조금은 붙어있지만 참고 먹을만 하며, 씹으면 달큰하고, 따뜻했으니까.

책의 여러 표현 중에서 <봄의 어깨>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오고있는 그 사이를 봄의 어깨라고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시적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그냥 봄을 스킵해버린 요즘 날씨라고 표현하는 나에 비해서.

중간에 고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난 눈을 의심했다. 작가에게 고료를 제시하지도 않고 일을 맡긴다는 것을 말이다. 제발 사람들아 일을 시킬려면 얼마인지 금액을 말해주고 일을 부려먹는 게 상식이다. 나도 최근 알바자리에 응하기는 했으나 얼마 주실거냐고 묻는 질문에 얼마를 받고 싶냐는 대답을 듣기는 했다. 도대체 일을 얼마 받고 할 건지도 대답을 안 해준다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너무나도 감정이입을 해버렸다. 일주일도 안되었으니 나도 도긴개긴일까. 그래서 결국 작가는 5년 전에 받았던 고료를 은행 거래내역을 뒤져서 3만원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런데 무려 5년이 지났는데도 그 금액받게 줄 수 없다는 것이 그것도 거절하는 상대로 비춰져야 하는 불편함이 녹아있는 글이어서 슬펐다. 영세한 사업자의 의미도 알겠지만, 청탁과 거절과, 그 이유가 되는 금액이 너무 약소했다. 지금은 두 명이서 커피에 케이크만 먹어도 3만원은 나오지 않는가.

꿈에서 나온 사람들에게 <꿈의 출석부 부르기>를 한다는 이름을 붙인 작가가 너무 귀여웠다. 나도 가끔씩 꿈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정말 연락처는 있지만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한 사람들일 경우는 보험아님, 청첩장 돌리는 것 아님, 사기아님 이런 문자를 보내고 나서야 연락할 수 있을 정도다. 그것도 그 상대방이 연락을 받아 주었을 때의 일이겠지만. 나도 엊그제는 꿈에 나온 사람의 출석부를 부르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수 없는 사람이어서 몹시 슬펐다. 꿈에서조차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아닐거야를 외치는 내가 가엾었다. 그래도 깨어나서 출석부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 오랫동안 연락 못하던 지인이 나온다면 나도 손을 좀 더 내밀어 봐야지. 그 사람 입장에서는 꽤나 황당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책을 읽으며 나도 시를 써보는 모임에 들어가보고 싶어졌다. 늘 툭툭 뱉어내는 긴 문장 말고, 삼키고 정제되는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합평은 좀 무섭긴 한데, 그래도 다른 사람들의 시를 낭독하고 마음에 그려보면 어떤 일렁임이 있지 않을까 한다. 김완선과 작가님 처럼 제일 마지막 최근의 작품이 제일 애착가는 것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도 생각했다. 왕년에 라떼는 보다 지금의 나도 이렇게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도 김완선 언니라 언니의 왕년음악을 찾아듣는데, 제일 최근에 낸 앨범이 아직 귀에 익지 않았어도 찾아 들어봐야겠다. 어떤 마음으로 불렀을까 이 곡이 지금의 그녀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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