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 개정판
마타요시 나오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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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 마타요시 나오키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이 책은 저자의 직업인 코미디언이 되고 싶어 고군분투하는 네 사람의 이야기다. 서로 만담 콤비니까. 처음 시작은 아타미에서 불꽃 축제의 무대에 선 가미야씨와 도쿠나가와의 만남이다. 도쿠나가의 팀명은 <스파크스> 아마 불꽃이라는 제목처럼 도쿠나가의 열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가미야선배의 팀명은 <천치들>이다. 이후 너 내 전기 작가가 되라 라는 말로 가미야와 도쿠나가는 자주 어울리고 즐거운 만남을 갖는다. 책의 내용 면면히 둘의 코미디에 대한 내 기준 얼탱 없는 말들이 자주 나온다. 그런데, 그 상황들이 제법 진지하다 그런데도 항상 두 사람은 재미있는 것을 만들기 위해 항상 생각한다. 아마 원문을 그대로 살려서 읽었던 일본 독자들은 이 대사 하나하나도 만담개그라서 무척 재미있게 읽지 않았을까 한다. 이 책에서 실제로 웃은것과 달리 내게는 무척 슬프게 다가왔다. 특히 가미야씨의 마지막 모습 변신은 정말 도쿠나가가 웃어주길 바랬던 단순함이었다고는 여겨지지 않아서 더 슬펐다.

가미야 씨는 돈도 없고 특별히 무대 수입빼고는 거의 놀고 먹는 백수다. 그래서 마키씨의 집에서 얹혀 산다. 성매매를 해서 가미야씨의 가오를 세워주기 위해 용돈까지 주는 그녀의 집에서 나와야 했을 때. 그때도 도쿠나가와 함께였다. 새롭게 만나는 남자가 집에 와있는데 무대의상을 챙기러 가기위해 들러야 하는 사람과 그 사람을 죽이지 않도록 기괴한 부탁을 받으며 같이 따라나간 도쿠나가. 결국 부탁해서 들어줬지 않냐는 황당한 웃음을 마지막으로 마키와는 끝이 난다. 그 전에 전골요리나 술이 잔뜩 취해가지고 세 명이서 마키의 집에서 보냈던 즐거운 시간도 가버린 것이다. 눈을 사팔뜨기를 하고 기괴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마키는 어쩌면 인간실격의 요조를 닮았다. 영화라면 마츠코를 닮았을 것 같았다. 언젠가 가본 적 있는 기치조지 근처를 지나지나 멀리 있는 마키의 집에 갔던 두 사람의 발자취가 내가 갔었던 그 길이었을까를 떠올리며 읽었다. 기치초지 자체도 상당히 중심가에서는 먼 편인데, 거기서도 더 가다니..

나중에 우연히 도쿠나가가 만난 아들과 함께 있는 마키는 그 미소가 그대로 보인다고 해서 무척 다행이었다. 역시 두 사람이 같이 살기 위해서는 한사람의 희생만으로 되는 건 없다고 생각했다. 코미디를 생각하는 것 만큼 가미야씨도 염치가 없기 때문에 둘이 잘 될 수 없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그도 얼마나 괴로웠을까. 최근 왜 이렇게 유머감각이 없냐고 물었던 사람에게 생각지 못한 말을 들었다. 상대방을 웃기기 위해서 망가질 필요까지는 없다고. 나도 참 상대를 웃게 만들기 위해 애를 썼던 사람이구나 싶어서 <불꽃>을 읽는 동안 이들이 무대를 찾아서, 언제나 준비하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을 너무 잘 읽을 수 있었다. 스파크스의 마지막 무대 쯤에서는 나도 가미야씨 처럼 무대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되어버렸다. 파트너가 없어서 끝이나는 생명이라니. 그래도 남아있는 이들의 불꽃은 어떻게 되는 걸까. 계속 실패라고 해야 할지, 현실과의 타협이라고 해야 할지 시원한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슬프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노력을 하고 있기에 공감 받았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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