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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정성문 지음 / 예미 / 202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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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 정성문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가까운 미래의 공화국. 사람들은 이제 백세시대를 살고 있다. 여기에 사회부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낸 주인공 김한섭이 등장한다. 정치인이었지만 동네 목욕탕에서 사우나를 좋아하는 소탈함을 가지고 있는 끗발 있었던 사람이랄까. 그런 사람이 각성하게 된 것은 친구들과 함께 서울 한복판에 있는 산에 올랐다가 야당 대선 후보로 나온 사람이 자기를 못 알아보게 된 것부터 시작된다. 한때 장관까지 했던 사람을 못 알아 봤을까, 못 알아 보는 척이 전략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었는지는 그 후보자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의 갈등을 해소하는 대통령의 그 쪽지가 어떤 내용 이었을지가 궁금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의외로 신선하게도 쪽수에선 우리가 이제 과반수 이상 아니니? 하는 원초적인 이야기였을 것도 같다. 실제로 그러하기에.
책에서는 근미래의 공화국이 책의 어디에서도 대한민국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현재 출산율 0.7명으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하던 많은 일을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체했다. 산에서 만났던 그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세상이 바뀌었다. 노인들에게 지하철과 버스의 경로승차를 막은 것도 모자라 아예 승차하지 못하게 바꾸었다. 연금도 폐지, 무료 의료보호도 폐지. 노인들은 이제 이동권도, 경제권도 약해진 막막한 처지가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예전에 학생운동을 하다 정치에 들어왔던 김한섭이 평화 자전거 시위의 주동자가 다시 한 번 되면서 판이 바뀐다.
이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모시러갔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웃어버렸다. 본인들이 집밖에 나오지도 못하게 막은 건 생각 않고, 이제와서 체면치레라니. 생각해보면 자가용이 있어서 이동권에 문제없는 사람까지 불평등하게 갈라놓은 셈이니까 정말 영악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지하철 적자 경영 문제로 점진적 경로승차 나이를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런 문제도 있겠구나 하고 소설로 현실을 상상해보게 된다.
책이 시작하자마자 우리의 김한섭이 대통령이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어떻게 보다는 왜 대통령이 되어야만 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게 이 책의 포인트다. 정말 결혼 정년처럼 30년만 백년해로 하면 다들 프리하게 사는 걸 바라는 걸까. 죽음도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고통 없이 여행처럼 왔다가 가게끔 선택할 수 있는 걸까. 운동권학생이 기득권이 되어가는 과정. 운동권에는 관심도 없던 사람이 출세를 위해 권력을 얻었다 이양해야했던 과정도 짚어보면 좋겠다. 정치가라는 직업이 어느 사람에게 더 맞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