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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우희덕 지음 / 서로북스 / 202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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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 우희덕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코미디 소설가로 활동하는 작가가 바로 우희덕이라고 한다. 코미디란 뭘까 찰리채플린의 유명한 말처럼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인걸까. 그런데 이 소설의 정체성은 트래지코미디라고 하니 비극적이면서도 희극적인 내용이겠거니 했다. 국어사전에서 트래지코미디는 비극의 절정에서 행복한 장면으로 비약적으로 전환하여 막을 내리는 특성이 있다고 하니 행복한 결말을 기대해도 좋은 걸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사람은 하나도 없다지만, 우리는 비극에 캐스팅 된 걸까.
주인공이자 극을 이끌어나가며 인간 군상을 만나는 모진수 피디. 지상파 방송사에 근무 중인 피디지만 탐사보도국에서 징계가 누적되어 한직으로 밀려난다. 내부고발을 하는 정보원의 이름을 온 천하에 알려서 망조를 일으킨다던지 하는 큰 사건 전문이다. 지하에 팟캐스트를 만들라는 엄명으로 <뉴미디어개발팀>이라는 곳에 근무하게 된다. 거기에서 일명 다큐의 거장으로 세렝게티에서 한 건 올린 (물론 이것도 많은 기름칠이 되어있지만) 박다큐 선배와 같이 일한다. 서로 다큐와 탐사보도 팀이었으니 오디오 팟캐스트를 만들어 본 일은 없다. 결과물을 어떻게든 만들어 내지 않으면 둘 다 방송국에서 퇴출될 위기다. 허울 없는 뉴미디어개발팀이라는 것도 어떻게든 구실을 만들어서 이들을 쳐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아량이다. 아니면 짜르기 전의 유예일까.
박다큐는 하는 일 없이 그나마 쥐꼬리만큼 있는 제작비로 치킨이나 시켜 먹고 오리발을 내미는 등 파렴치한으로 나온다. 모진수 피디만 양키스 할배, 인력사무소 소장, 친구인 금지, 국수집 아주머니등을 만난다. 양키스 할배의 대사가 제일 이 책의 의미를 관통한다고 생각한다.
“하찮게 보여도 모든 물건은 쓰임이 있어. 의미가 없는 물건은 하나도 없지. 그런데 사람들은 모두 같은 물건을 가지려고 해. 때로는 하나뿐인 자신을 싸게 팔아 필요도 없는 비싼 물건을 사려고 하지. 그들은 진짜를 알아보지 못해. 자신을 몰라. 레플리카를 보고 눈물을 흘려. 그래서 이렇게 물건이 많이 남아 있는 거야.”
이 도시에서는 정말 하나뿐인 나를 팔아서 혹은 갈아 넣어서 필요도 없는 비싼 물건을 살려고 한다. 남의 시간이 될 수도, 허영심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책의 결말에서 캐스팅하고자 그렇게 열심이었던 신비주의 배우 유예인을 캐스팅할 수 있는지 궁금했던 사람은 나 말고도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존재의 유무조차 궁금했던 <은지>도.
제일 웃었던 장면은 국수집 아주머니와의 재회에서 긴가민가해서 왔지? 하셨던 거랑 온 영혼을 끌어 모아 비빔국수 시켰는데, 멸치국수 먹으라고 한 씬이다. 어느 동네 가도 있을법한 대화라서 더 터졌을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곱빼기도 안 된다고. 맛은 보통 멸치국수 였다며. 생각보다 이 장면을 빼면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웃음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기적처럼 꿈을 찾으며 서로의 꿈을 제일 이뤄주길 원했던 그들이 행복했으면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의 꿈을 남을 위해 쓰는 사람들이 진정 있을까를 돌아보게 된다. 그런 사람들은 행복을 가질 권리가 있지. 암 그렇고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