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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전 시집 : 카페 프란스 - 윤동주가 사랑하고 존경한 시인 ㅣ 전 시집
정지용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정지용 전 시집: 카페 프란스 - 정지용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정지용이라고 하면 고등학교 시절 <향수>라는 시로 문제로 많이 접했던 교과서 수록시인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향수>는 워낙 유명해서 이동원과 박인수가 불러 유명해진 노래의 가사이기도 하다. 확실히 향수라는 시를 외우고 있는 국민들이 많은 것은 시어의 아름다움과 노래의 멜로디가 합쳐진 결과라 생각된다. 이 노래가 들려올 때마다 먼 이야기가 지즐대는 노스탤지어가 흐르는 고향이 없는데도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니까 말이다.
두 번째로 은은하게 시집을 음미하다가 또 수능느낌이 들었던 <유리창 1>이다. 얼마나 많이 읽고 풀었던 문제였던가. 첫 행의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 는 화자의 슬픔이 느껴진다. <유리창>은 단절을 의미한다. 마지막의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러 갔구나. 에서 죽은 아이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이 사무친다. 전체적으로 차갑고, 슬프고, 아련하다.
책은 정지용 시인의 <정지용 시집>, <백록담>, 마지막으로 시집에 실리지 않은 작품들을 따로 모은 <미수록 작품>으로 구분되어 있다.
미수록 작품에서 놀라운 부분은 정지용의 친일 논란이 된 <이토>라는 시다. 일제 강점기 말기의 친일문예종합지인 <국민문학> 4호에 실렸다는 것 부터다.친일의 자세를 보여야 하는 매체에 실린 시라는 것에서 충격을 받긴 했다. 그 시대의 보란 듯이 친일로 돌아선 서정주 같은 시인도 있기 때문에. 정지용의 이 작품으로 나에게는 조금 혼란이 가중되었다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미수록 작품 중 특이하게도 섹슈얼하게 느껴진 <네 몸매>라는 시는 지금까지 읽었던 시인의 작품세계와 다른 파격적인 느낌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너를 보면 긴긴밤에 한숨도 못 들겠다고. 네 몸매가 하도 고와서. 귀이 여기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앞에 실려서 좋아하는 시가 되어버린 <호수1>은 얼굴하나야 손바닥으로 폭 가리지만, 보고싶은 마음은 호수만하니 눈감을 수 밖에 없다는 서정적인 시인의 마음과 너무나도 판이하다. 이런 사랑도 있고, 저런 사랑도 있는 것일까.
그리고 <임종>이라는 시에서 내가 죽을 때 귀또리도 울지 말라고 한 것은 어떤 뜻일지 궁금하다. 울어야 하는 사람도 울 필요가 없다는 것일까. 아니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뜻일까.
내가 알고 있던 정지용이라는 시인의 모든 시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하면서도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것 같은 기분을 감출 수 없다.
책은 예전 언어를 최대한 살리고, 원문을 해치지 않도록 주석을 달아주어 읽는동안 불편함을 느끼지 않은 부분을 칭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