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건네는 마음 - 처방전에는 없지만 말하고 싶은 이야기 일하는 사람 14
김정호(파파약사)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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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건네는 마음 김정호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래전에 약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적이 있다. 그 때는 꼭 처방전을 바코드 리더기로 읽혀서 그게 안되면 수기로 바로 처방전을 타이핑해야하는 그런 시스템이 한창이었다. 최근에 코로나 시절에 개원한 어느 약국을 가니 약국에도 무려 키오스크가 있더라. 내가 처방전을 스캔해서 주면 약사가 조제하고, 복약지도를 해주었다. 물론 그 약국은 첨단이라서 신기했지만 도대체가 사람을 돈으로만 봐서 발길을 끊었다. 책에서 말하는 약국의 후기에 <약사가 친절해요>라는 글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이런 면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아픈 사람들이 처방전을 들고 오는 곳. 그렇지 않으면 일반의약품을 사러 오는 등. 아프거나 컨디션이 별로인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라 따뜻한 말 한마디, 상세한 설명, 음성의 높낮이 작은 요소 하나에도 고객들은 기민하게 알아채는 곳인 것 같다. 알바 경험 때문에 의료인은 아니지만, 약국이 돌아가는 것에 대한 것은 기본적으로 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원한 약국의 이야기들 보다 대학병원에서 야간 당직 약사로 일했던 경험담이 나에게는 더 신세계였다. 그렇지만 큰 병원은 언제나 환자가 발생하고 입원환자도 있으니 낮이건 밤이건 약제실에 약사가 필요한 것이었구나. 간호부실과의 약간의 입장 차이나, 오프인 날 무섭게도 병원에서 전화가 울리는 일 등은 그래도 유쾌한 에피소드였다. 병원에서 병동으로 쏘아 올려 보내주는 <에어슈터>의 존재는 <약 건네는 마음>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원격으로 약을 올려주는 신박한 장치지만, 부피가 큰 약, 마약류, 온도로 쉽게 변질되는 약들은 보낼 수 없다 한다. 에어슈터로 날아가는 과정에서 고온에 노출되기 때문이란다. 다만 다 관대하신 분들의 보살핌으로 크게 문제가 되신 적은 없다고 하는데, 확실히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항시 몸과 마음의 긴장도가 높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재차 눈과 손으로 직접 검수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다 한다.

약국장의 세심함이 곳곳에 묻어있는 에세이라 즐겁게 읽었다. 기본적으로 의학계에 몸담은 사람들은 인류를 위해 어느 정도는 공헌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야 펜데믹이 지나가서 마스크 없이 생활하고 있지만 에피소드 내에 등장하는 <공적 마스크> 부분에서는 나도 신분증을 들고 마스크를 사기 위해 추운 날 벌벌 떨었어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장당 1,500원씩 주고 샀던 마스크는 이후 저렴하게 풀려 싸게 산 마스크들과 뒤섞여 다용도실 서랍 한 칸을 그대로 채우고 있지만 말이다.

할머니가 와서 케이스가 리뉴얼된 약을 예전 약으로 찾고 싶어 하실 때를 보니 참 진심으로 설명해드려도 다르게 결론이 날 때도 있구나 하면서 나 또한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그 전에 드셔보셨죠? 라고 직업병처럼 묻게 된다는 에피소드에서도 어떤 과정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인지에 대한 이해를 좀 더 할 수 있게 되었다. 질병코드로 컨닝해서 더 상세히 안내해드리기 등은 비법 노출이 아닌가!! 다시 환절기고 독감에 폐렴에 여러 질환들이 기승을 부린다. 그게 아니더라도 엄청난 영하15도를 넘나드는 추위에 몸도 마음도 웅크려드는데 처방전에는 없지만 다들 건강하게 사시기를 비는 파파 약사의 마음이 잘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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