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빛들 - 앤드 연작소설
최유안 지음 / &(앤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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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빛들 - 최유안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여은경>, <최민선>, <표초희> 각 단편의 제목이면서 주인공이 이름인 3편의 연작소설이다. 미국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다 여차저차 한국 교수로 돌아오게 된 은경. 이미 학교에서의 묘한 기류와 떨어져 살다가 다시 보게된 딸에 대한 관계로 혼란스럽기만 하다. 또한 황예은이라는 대학원생과의 야밤의 우연한 만남으로 사건의 핵심으로 다가간다. 예은과 은경이 어떤 연대를 이루고 구축하는지 그리고 깨지는지에 대한 대목이 너무 현실적이다. 이제 막 들어와서 변화를 촉구할만한 상대기는 하지만, 자신의 개인적인 일까지는 말 할 수 없는 사람. 그리고 박혀있는 돌 들 사이에서 어떤 이유로 접근했는지, 내가 당신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있다고 말해야 하는지 경계를 그어야 하는 사람사이의 답답함. 게다가 바꿔보겠다는 의지에 찬바람을 끼얹는 기득세력들까지. 챕터의 마지막은 그렇지만 그들이 보기엔 어부지리로 권력을 쟁취한 은정에게 다시 줄을 대는 간신들의 모습들로 그려진다. 그런 겉과속이 다른 축하문자들 속에서 다음편 주인공인 민선과 마주친다.

민선은 지금 바쁜 상태다. 아까부터 알짱대고 느리게 가는 소나타 때문에 정신이 사납다. 당장 센터장으로서 장관을 의전하러 가는 길인데, 차는 막히고 머릿속은 일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최민선>편은 직장 내의 관계에 대해 엄청 딜레마가 따르는 상황을 잘 묘사했다고 본다. 민선이 TF팀을 이끌고, 센터장이 되었는데도 사람들은 원장(성해윤)의 안목이 좋은것이라며 그녀만을 칭찬한다. 뒤늦게 어울리게 된 입사시기가 비슷한 김은해와 마주치고 점심을 같이 먹는다. 그 우연찮은 계기로 원장이 자기를 평가하는 이야기부터, 자신을 대외적으로 야무지게 써먹는 꿍꿍이도 들어 알게 된다. 보이는 일은 민선을 시키고, 지저분한 백업 업무는 김은해에게 맡기고 있음도 같이 알게된다. 내가 하는 일, 내가 아는 정보를 저사람도 알고 있는지. 상사와 어디까지의 관계인지, 저사람도 나를 이용하는 것인지, 만남이 잦아질수록 머릿속은 복잡해져 간다. 그렇지만 그래도 해내야 하는 것이 직업 즉 밥벌이의 의무. 이미 알았을 것 이 분명한 이 의전도 굳이 촉박하게 나를 시킨 이유가 안 그래도 마뜩찮다. 그렇지만 이유는 또 알게 되지만 해왔던 오해가 다 시원하게 풀린 것도 아니다. 그 초조한 마음을 먹은 기차역에서 마지막 주인공인 <표초희>와 마주친다.

가방에 붙은 실크리본을 떨궈 버렸지만 기차에 오르는 게 더 중요했으니 초희는 잊기로 한다. 재단의 예술 감독으로 마흔이 넘었다. 서른이 넘어 유학을 하면서 만나던 연인 윤재와는 파혼했다. 다시 연락이 닿아 윤재와의 만나는 자리에 같이 일하는 직원인 민혁의 차를 얻어 탄다. 그렇지만 초희는 민혁을 직장 동료라고만 생각하지는 않는 눈치다. 이편에서 제일 이해가 안가는 사람은 그렇게 집도 있고 건물도 있다고 뻐기고 가스라이팅 했으면서 다시 초희를 찾아와 재회를 노리는 윤재다. 그렇게 잘났으면 진작 결혼할 것이지 이제 와서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다시 구슬려볼 생각을 하다니..게다가 그게 통할거라고 생각하는게 더 기가 찬다. 정말 은은한 초희의 대시를 읽어가는 맛이 있다. 은은하지만 자기의 생각을 펼치는 표현력이 멋있다. 전시장에서 민혁을 처음 본 그 온화한 빛처럼 서로 감싸지는 느낌이다.

한 번씩 각 주인공들이 마주쳤고, 마지막에 또 한 번 같은 공간에서의 서로 각자의 넥스트를 생각하는 장면이 좋았다. 길에서 길로 또 다른길로 넘어가는 연작소설의 구성도 그렇고. 계속해서 나아가야 하는 <>이라는 장소에서 각자 일하며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의 의지력을 보이려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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