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신 : 간신론 ㅣ 간신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3년 12월
평점 :

간신 - 간신론(奸臣論) - 김영수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저자는 한국사마천학회의 이사장이면서 지난 30년간 사마천의 <사기>를 연구한 분이다. 그래서 책의 서문에 간신에 대한 내용은 중국의 것을 가지고 왔지만 내가 가리키는 달을 봐야지 손가락을 보면 안된다고 하였다. 즉 고문헌에서 가져온 이론과 예를 통해 현재 날뛰고 있는 간신배들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자는 이야기로 들렸다. 총 책은 간신3부작 중 이론편인 <간신론>이다. 이후 <간신전>에서는 역대 가장 악랄했던 간신 18명의 행적을 상세히 다룬 인물편이라 한다. 마지막인 <간신학>은 간신들의 수법을 다룬 리포트 같은 성격인 것 같다. 이 자들의 수를 알아야 방비할 수 있다는 논리가 아닐까 한다.
간신이라는 글자에서부터 시작해서 언제쯤 간신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는지 부터 들어간다. 간신이라는 단어가 생생 되어 사용된 것은 춘추시대 제나라의 재상을 지낸 관중의 저작인 <관자>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이 책의 <칠신칠주>라는 일곱 유형의 군주와 신하의 유형에서 등장한다. 전문을 다 인용할 수 없지만 요약하면, 간신은 다른 사람의 잘못을 교묘히 떠벌여 자기 세력을 확장하고 청렴한 신하를 잃게 하는 인물이다. 이것에서 보듯이 간신의 제 1덕목은 아첨과 아부이다. 책에서도 계속하여 등장하지만 아첨과 아부의 목적이 오로지 본인의 안위와 재물을 탐하는 것에 있다. 탐욕스러운 마음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나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 따위는 관심 없는 소시오패스와 사이코 패스를 적절히 섞어놓은 양상을 띤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책의 후반에 부록으로 실린 < 간신지수 측정을 위한 설문조사 >에서 내 점수를 생각하면 도덕성이 별로인 것은 알았지만, 내가 이 정도였나 하는 생각에 좀 괴로움이 들었다. 후반의 인간관계나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좀 고민되는 문항이 많았지만, 앞부분은 명확하게 내가 간신배 부류였다. 써놓고 채점하지 않아도 50점은 거뜬히 넘을 것 같았다. 나름 원칙주의자라고 생각했는데, 상당히 이기주의자 였나보다.
책에서 알려주는 간신이 간사한 꾀를 이루는 여덟가지 수법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다. 한비자가 쓴 <한비자>의 팔간이다. 첫 번째는 침상을 같이 한다는 뜻의 <동상>이다. 예나 지금이나 총애를 받는 비빈들을 이용해 베갯잇 송사를 벌이는 것이다. 이는 지금도 술이나 유흥 그리고 이성을 붙여 일을 못하게 하거나 관심을 돌리거나, 약점을 잡는 형태로도 고스란히 이용되고 있다. 두 번째는 곁에 있다는 뜻의 <재방>이다. 입안의 혀처럼 굴고, 눈과 귀를 막으려면 역시 딱 붙어있어야 한다. 중요한 정보를 가로채거나, 가까이서 군주의 마음을 회유하는 등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다. 세 번째는 군주의 친인척인 <부형>이다. 역시 예로부터 피붙이에 의한 어지러움은 계속된다. 친인척을 간신들이 포섭해 결국 본인들이 정사를 좌지우지 하는 수순이다. 이외에도 5가지가 궁금하면 책을 참고하기 바란다. 저자가 말하는 간신은 역사현상이라는 것이 소름끼치게도 정확한 표현이다. 예전에도 지금도 내부의 적이 가까이에서 흔들고 있으면 사리를 분간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탐관이 100% 간신은 아니지만, 간신은 100% 탐관이다.